메모리 가격이 크게 치솟으면서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이 급감할 거란 우려가 나온다. 시장조사기관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10% 넘게 시장 규모가 쪼그라들 거란 전망도 많다. 특히 제품 원가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보급형 스마트폰이 ‘칩플레이션’의 직격탄을 받을 거란 분석이다.
◆비관론의 근거는 ‘칩플레이션’…갤럭시도 3년만에 가격 ‘쑥’
3일 업계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IDC는 “전례 없는 메모리칩 부족 사태로 인해 올해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12.9% 축소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IDC는 올해 모바일 기기 출하량을 약 11억 대로 예측했는데 이는 전년도 12억6000만대에서 1억6000만대 줄어든 수치다. 나빌라 포팔 IDC 연구원은 “스마트폰 시장은 규모, 평균 판매가격, 경쟁 구도 등 모든 면에서 지각변동을 겪게 될 것”이라면서 “적어도 내년 중반까지는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타 시장조사기관도 비슷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메모리 칩 공급 부족으로 올해 스마트폰 판매량이 12.4% 감소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가트너도 “올해 메모리 가격 상승이 스마트폰 가격을 13% 밀어올릴 것”이라면서 “이러한 영향으로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8.4%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마트폰 가격 인상은 메모리 가격 급등과 연관이 깊다. 최근 메모리 제조사들이 수요가 끊이지 않는 AI칩에 생산능력을 집중하면서 범용 메모리 제품의 가격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가트너는 “올해 말까지 D램과 SSD 가격이 합산 기준 130%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도 가격 인상 압박을 피하지 못했다. 갤럭시 S26 시리즈는 256GB 용량 기준으로는 전 라인업에 걸쳐 전작 대비 9만9000원씩 인상됐고 512GB 모델은 일괄적으로 20만9000원씩 크게 올랐다. 최고가 기종인 울트라 1TB(16GB 램) 모델의 출고가는 254만5400원으로 전작 대비 29만 5900원이 인상됐다. 128GB 옵션은 더 이상 출시하지 않는다.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최근 환율 및 부품 비용 동반 상승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가격 조정이 필요하게 됐다”며 “그럼에도 국내 가격은 글로벌 주요 시장 대비 가장 경쟁력 있는 수준으로 최대한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경쟁력 잃은 보급형 스마트폰…“中 제조사 판매량 감소 가능성”
향후 보급형 스마트폰 시장이 크게 쪼그라들 거란 분석이 나온다. 보급형 스마트폰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견줘 제조원가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한 예로 애플의 ‘아이폰 프로’나 삼성전자의 ‘갤럭시 울트라’ 등 최고급 모델은 전체 스마트폰 가격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카메라, 모듈, 디스플레이 등 여타 고가 부품이 많기 때문이다. 반면 100~300달러대 보급형 스마트폰은 전체 원가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메모리 가격이 치솟으면 제조원가 압박이 심해진다.
IDC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100달러 미만 스마트폰은 약 1억 7000만 대 출하됐다. 하지만 이 가격대의 시장은 이제 경제성이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트너는 “올해 보급형 스마트폰 구매자가 프리미엄 구매자 대비 5배 빠른 속도로 시장을 이탈할 것”이라면서 “제조사와 유통사는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 출하량 감소를 감수하는 전략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스마트폰의 보급 포화, 교체 주기의 장기화 시점에서 출고가 인상이 판매 둔화를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마트폰 제조사들로선 수익성이 낮은 보급형 제품을 단종시키는 대신 프리미엄 스마트폰 구매를 유도할 공산이 크다. IDC는 “저렴한 스마트폰 시대는 끝났다. 이번 위기가 끝나더라도 메모리 가격이 지난해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프리미엄 모델 대비 중저가 스마트폰에서 메모리 가격 인상으로 원가율 상승, 생산 및 판매 증가에 여력이 부족하다”면서 “중국 스마트폰 업체의 올해 판매량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