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2일 미국의 무역법 301조 조사 개시와 관련해 “한미간 합의했던 이익균형이 유지되고 수출하는 데 있어서 주요 경쟁 대상국 대비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유지할 수 있도록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여 본부장은 이날 미국 무역법 301조 조사 개시 관련 백브리핑을 갖고 미국 조치 내용과 정부 대응 상황을 설명했다.
USTR은 이날 무역법 301조 조사 개시를 선언하면서 ‘과잉 생산 능력과 연관된 불공정 무역 관행’, 그리고 ‘강제 노동에 의한 상품 생산’ 등 두 가지 부분을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여 본부장은 “공급과잉 관련 조사는 한국을 타깃으로 한 게 아니라 16개국의 전반적이고 구조적인 요인을 조사하겠다는 것으로 보면 된다”며 “강제노동에 대해서도 약 60개국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고, 디지털 등 비관세장벽과는 별개의 301조”라고 설명했다.
여 본부장은 미국의 이번 조치가 미 연방대법원의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 위헌 판결로 무효가 된 상호관세 조치를 복원하기 위한 것으로 새로운 관세 조치를 취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정부 목표는 기존에 미국이 합의한 무역 딜을 최대한 그대로 보존하고 유지하는 것으로, 다른 법적 수단을 활용해 (관세 등을) 이전 수준으로 복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일단 무역법 122조로 글로벌 관세 10%를 모든 나라에 부과한 것은 301조는 일반적인 경우 1년 내지 수개월간 사건 조사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조사 기간인 4∼5개월의 공백을 5개월 동안 (관세 부과를) 할 수 있는 122조를 통해 메우려는 것”이라며 “7월 중순 이후부터는 301조를 통해 위헌 판결 이전의 관세 수준으로 복원된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무역법 301조 조사 결과 한국이 기존 상호관세(15%) 이상의 관세를 부과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여 본부장은 이에 대해 “지난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나 협의할 때도 미국 정부는 모든 국가와 했던 합의를 지키고자 한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이미 미국과 관세 합의를 했기 때문에 최혜국대우 합의 정신에서 벗어나는 불리한 결과가 나오면 안 된다는 것을 미국 측에 수차례 전달했다”며 “다만, 향후 다양한 분야에서 301조라는 굉장히 강력한 법적 수단을 활용해 여러 조치를 개시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긴장을 놓지 않고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상시로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 본부장은 쿠팡 관련 사안이 이번 조사에 포함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이번 301조 조사는 쿠팡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지난주 USTR 대표와 만나 협의할 때 쿠팡 관련 사안도 논의했고, 한국인 80%에 이르는 정보 유출이 있었던 것이고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법과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 중인데 301조 적용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강하게 표명했다”고 전했다.
여 본부장은 “한미 관계에서 안정성을 회복할 수 있는 첫 번째 발걸음은 지난해 11월 양국 정상 간 합의를 지키고 이행하는 것”이라며 “16개국에 대한 301조 조사 국면에서 어떤 국가가 기존에 합의를 어긴다거나 무시한다면 그 국가는 기존 관세의 복원이 아니라 그 이상으로 관세가 인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제 USTR로부터 공식적인 협의 요청을 받았다”면서 “서면 의견 제출 기간인 다음 달 15일까지 업계와 잘 협의해 우리 정부의 공식적인 의견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