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업계의 미국 EV시장 전략 수정이 의미하는 것

 

혼다가 미국 전기차(EV) 전략 재조정에 따른 대규모 손실을 반영하면서 상장 이후 첫 연간 적자를 예고했다. 미국 시장용 전기차 3종 생산 계획을 철회하고 하이브리드 강화로 방향을 틀면서, 미국 EV 시장이 성장성보다 수익성 검증 단계에 들어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혼다는 지난 12일 공시를 통해 2026년 3월 종료 회계연도 연결 실적 전망을 대폭 하향 조정했다. 기존 순이익 전망치는 3600억엔이었으나 수정 전망치는 4200억엔∼6900억엔 적자로 제시됐다. 영업손익도 2700억엔∼5700억엔 손실로 바뀌었다.

 

회사 측은 미국용 전기차 3개 모델 생산 취소에 따른 유형·무형자산 손상과 개발·판매 중단 비용, 중국 투자자산 손상 등을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관련 손실 규모는 최대 2조5천억엔에 달한다. 1957년 상장 이후 첫 연간 적자라는 점에서 시장 충격도 적지 않다.

 

이번 실적 수정의 핵심은 혼다가 미국 EV 시장 성장 둔화를 공식적으로 언급하며 자원 배분 재조정에 나섰다는 점이다. 혼다는 하이브리드 모델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함께 밝혔다. 시장 성장 가능성은 유지하되, 예상보다 더딘 수요 확대 속도를 감안할 때 대규모 선행투자의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미국 EV 시장은 판매 총량과 침투율이 엇갈린 흐름을 보이고 있다.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2025년 미국 EV 판매는 연간 약 130만대에 못 미치며 역대 두 번째 수준을 기록했지만, 시장 점유율은 7.8%로 2024년 8.1%보다 낮아졌다. 연간 판매량은 유지됐지만 전체 시장 내 비중은 되레 후퇴한 셈이다.

 

분기별 흐름은 더 뚜렷하다. 2025년 3분기 10.5%까지 올랐던 EV 점유율은 4분기 5.8%로 급락했다. 업계에서는 세제 혜택 종료 전 수요가 앞당겨진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고 있다. 정책 효과를 제외하면 자생 수요의 확장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다.

 

2026년 들어서도 분위기는 냉랭하다. 콕스 오토모티브는 올해 1월 미국 신차 EV 판매가 6만6276대로 전년 동기 대비 29.9%, 전월 대비 20.4% 감소했다고 집계했다. 전체 신차 시장에서 EV 비중은 6.0%에 그쳤다. 로이터도 북미 지역 1월 EV 판매가 8만5000여대로 33% 줄었고, 미국 판매는 2022년 초 이후 가장 적은 월간 수준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판매 감소뿐 아니라 수익성 악화다. 켈리블루북에 따르면 올해 2월 미국 시장 EV 인센티브는 평균 거래가격의 14.2%에 달했다. 전체 업계 평균 인센티브 6.9%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판매를 유지하기 위해 가격을 낮추거나 혜택을 늘릴수록 수익성은 더 악화하는 구조다. 혼다의 대규모 손상 인식도 이 같은 시장 현실을 재무제표에 반영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수요 구조 역시 자동차업체들에 부담 요인이다. 신차 EV가 대중시장으로 본격 확산하기보다 가격이 낮아진 중고 EV가 먼저 수요를 흡수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의 중고 EV 판매는 2026년 1월 3만1503대로 1년 전보다 약 21% 늘었고, 2025년 연간 기준으로는 37만8140대로 약 35% 증가했다. 중고 EV와 내연기관차의 가격 격차도 지난해 12월 2591달러에서 올해 1월 1천376달러로 축소됐다.

 

이는 미국 EV 시장이 아직 초기 대중화 단계를 완전히 넘어섰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얼리어답터 수요는 상당 부분 흡수됐지만, 본격적인 주류 소비자층은 가격과 충전 편의성, 잔존가치, 계절별 주행거리, 보조금 지속 여부 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평가다. 콕스 오토모티브도 2026년 EV 판매 비중을 약 8% 수준으로 전망하며 단기적으로는 완만한 증가세를 예상했다.

 

혼다 사례는 일본 완성차업계 전반의 전략 수정 가능성도 시사한다. 일본 업체들은 전통적으로 하이브리드 경쟁력이 높고 북미 시장에서도 이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왔다. EV 시장이 예상보다 더디게 성장하고 정책 지원마저 약해질 경우, 대규모 전기차 선행투자보다 하이브리드 중심 전략이 다시 힘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미국 EV 시장은 단순한 성장 산업이 아니라 정교한 수익성 관리가 필요한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판매량과 점유율, 보조금, 인센티브, 잔존가치, 중고차 수요, 충전 인프라, 규제 방향이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면서 완성차업체들의 투자 판단도 한층 신중해지고 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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