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국의 재정부담, 반복되는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 투자전략

양현경 iM증권 연구원
양현경 iM증권 연구원

미국 장기국채 금리 상승이 다시 금융시장의 불안을 자극하고 있다. 주요국의 미 국채 수요 약화와 재정적자에 따른 국채 공급 부담, 인플레이션 우려가 맞물린 결과다. 미 30년물 국채 금리가 5.3%대로 오르자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장기국채 바이백 규모를 회당 최대 20억달러에서 최소 40억달러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금리는 일시적으로 하락했지만, 구조적인 재정부담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다시 반등했다.

 

통상 금리 상승은 달러 강세 요인이지만 이번에는 달러가 약세를 보였다. 미국과 주요국 간 금리차 축소 기대에 더해, 장기금리 상승이 경기 개선보다 미국 재정과 정책에 대한 신뢰 약화를 반영했기 때문이다. 이에 법정화폐의 구매력 하락에 대비해 금과 비트코인 등 실물·대체자산을 찾는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가 재차 부각됐다.

 

1차 디베이스먼트 국면은 지난해 상반기였다. 도널드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관세정책과 재정 불확실성이 미국 자산에 대한 신뢰를 흔들면서 달러화지수는 10.7% 하락했다. 같은 기간 금은 25.9%, 비트코인은 14.8% 상승했다. 달러 약세는 두 자산 모두에 우호적이었지만, 관세 불확실성과 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 안전자산 수요가 금에 집중되며 금의 상승률이 더 높았다.

 

2차 국면인 올해 1월에는 차별화가 더욱 뚜렷했다. 미국 금리 인하 기대와 정책 신뢰 약화로 달러화지수가 96.2포인트까지 하락한 가운데 금은 온스당 5417.2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면 비트코인은 지난해 10월 10일 발생했던 가상자산 시장 대규모 청산으로 훼손된 유동성과 투자심리를 회복하지 못했다. 위험선호 자금마저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업종으로 집중되면서 달러 약세에도 가격 회복이 지연됐다.

 

두 국면의 차이는 수요 기반에서 비롯됐다. 금에는 외환보유액 다변화를 추진하는 중앙은행이라는 가격 비탄력적인 장기 매수 주체가 있다. 반면 비트코인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흐름과 비트코인 보유 기업의 자금조달 여건, 투자자의 위험선호에 더 크게 의존한다. 지난달 이후 바이백 확대와 가상자산 정책 기대에 비트코인이 반등했지만, 숏 포지션 청산이 상승폭을 키웠다는 점에서 구조적 수요 회복 여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달러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사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새로운 미 국채 수요처로 부상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발행사는 가치 유지를 위해 현금과 미 단기국채 등 준비자산을 보유하므로 시장 확대는 단기국채 수요 증가로 연결될 수 있다. 다만 가상자산 거래를 넘어 실물자산 토큰화(RWA), 국제송금, AI 에이전트 결제 등으로 사용처가 확장돼야 한다. 달러의 구매력에 대한 우려와 달러 결제망의 확장이 공존하는 역설이다.

 

투자전략도 자산별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 국면에서 금을 핵심 보유자산으로 유지하고, 비트코인은 ETF 순유입과 하락 추세 종료를 확인하며 조정 시 분할 접근하는 자산으로 판단한다. 스테이블코인은 자체 가격 상승보다 발행·유통·결제 및 토큰화 기업의 수익화가 관건이다.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가 일방적인 자산 상승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달러 강세와 실질금리 상승이 겹치면 금과 비트코인 모두 조정받을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재정적자 확대가 국채 발행과 이자비용 증가로 이어져 다시 재정부담을 높이는 구조에 놓여 있다. 따라서 이번 국면이 진정되더라도 미국의 재정 리스크가 지속되는 한,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는 반복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양현경 iM증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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