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연속 자이언트 스텝]고환율에 韓경제 수출 부진·경기둔화 우려

지난 13일 부산 남구 감만 및 신선대 부두에서 컨테이너 선적 및 하역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진희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세 차례에 걸쳐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을 단행함에 따라 한국경제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연준의 고강도 긴축이 지속되면서 미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한국 산업계도 수출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특히 미국과의 금리 역전으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서 수입 물가 및 국내 금리 인상 압력 역시 함께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2일 산업계 및 금융업계에 따르면 미국 연준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잇따라 큰 폭으로 금리를 인상했다. 원달러 환율도 영향을 받아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앞선 21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5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원달러 환율 최고 전망치는 평균 1422.7원이라고 밝혔다. 이미 원달러 환율은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나 외환위기 수준인 달러당 1400원을 돌파했으며, 미국의 긴축에 따른 달러 초강세가 주 요인으로 손꼽힌다. 

 

 일반적으로 달러 가치가 오르는 고환율 상태에서 수출기업은 매출과 이익에서 유리해진다. 하지만 현재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함께 나타나고 있어 환율 상승이 오히려 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전경련 조사에서 전문가들은 최근의 고환율 지속 시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는 66.7%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환율로 인한 비용 부담이 수출증가를 상쇄할 것’이라고 답했으며, ‘비용 부담이 더 크다’는 응답도 26.7%로 높았다. 반면 ‘수출 증가 및 이익 증가에 도움’은 6.7%에 그쳤다.

 

 미국의 강도 높은 긴축으로 달러 강세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원화 가치는 더욱 떨어질 수 있다. 고환율은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통화 긴축을 선호하는 매파 관점의 발언을 이어가면서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도 상승세다. 올해에만 15% 상승했으며, 111선을 넘어서는 등 20년 만에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달러 가치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지난달 수입 물가는 원화 기준으로 1년 전보다 22.9% 상승했다. 이를 수입할 때 계약했던 결제 통화 기준으로 보면 상승률은 10.7%로 낮아진다.

 

 원화 가치 하락은 수입 물가를 올리고, 소비자물가 상승에도 영향을 미친다. 업계서는 한국은행도 원화 가치 방어 및 물가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이럴 경우 가계소비 및 기업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대한상의가 국내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기업이 61.2%에 달했다.

 

 무역수지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앞선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무역수지는 41억5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달 월간 기준으로도 적자일 경우 25년 만에 6개월 연속 적자가 된다. 20일 기준 올해 누적 무역적자는 292억1300만달러로, 연말까지 적자가 이어지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연간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아울러 21일 전경련 조사에서도 올해 연간 무역수지는 281억7000만 달러 적자로 전망됐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무역수지 적자가 내년 초까지 이어지고 환율도 1400원대로 뛸 것으로 전망되는 등 무역과 환율에 비상이 걸렸다”며 “특히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는 큰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당국은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되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기업들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규제 개혁과 세제지원 등 경영 환경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purpl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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