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늘어난 가계부문의 대출이 연령별로 차별화 양상을 띤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은 가계대출 위주로 차입을 늘린 반면, 장년층과 고령층은 개인사업자 대출을 확대했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를 보면 30대 이하 청년층의 1인당 대출 규모는 2019년 2분기 6244만원에서 이듬해 3분기 7020만원을 기록하며 7000만원대를 넘어섰다. 그러던 게 지난해 4분기엔 8105만원으로 단기 고점을 찍었다가 올해 2분기엔 7927만원으로 다소 줄었다. 3년 새 약 27% 급증한 수치다. 금액기준으로는 1683만원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중장년층의 가계대출은 9.3%(899만원)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주택관련대출만 봐도 30대 이하의 차입 행태가 두드러졌다. 한은이 시산한 청년층의 1인당 가계대출 규모는 2019년 2분기 3890만원에서 지난 2분기 5504만원으로 1614만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40대와 50대인 중장년층과 60대 이상인 고령층의 1인당 가계대출이 각각 816만원, 206만원 느는 데 그친 점과 대조된다. 한은은 청년층이 전세자금대출 확대와 함께 대출 접근성 개선 및 특례보금자리론 공급 등에 힘입어 주택담보대출을 활용한 실거주용 주택구입을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청년층과 달리 장년층은 개인사업자 대출을 늘렸다. 올해 2분기 기준 장년층 가계대출 보유차주의 전년 동기 대비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율은 8.3%로, 고령층(11.2%) 다음으로 높았다. 1인당 개인사업자 대출 규모 역시 장년층이 고령층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60대 이상 고령층에서도 개인사업자 대출이 늘었다. 고령층의 개인사업자 대출 비중은 30%를 넘어섰다. 올해 2분기 기준 고령층의 개인사업자 대출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8%로, 2019년 2분기 대비 7.9%포인트 상승했다. 여타 연령대 연령의 개인사업자 대출비중(19.5%)을 크게 웃돈다.
특히 고령층은 가계대출 제약 등으로 비은행권 개인사업자 대출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고령층이 비은행권에서 받은 개인사업자 대출 비중은 33.7%로 다른 연령대(36.2%)보다 높았다. 한은은 “고령층에선 가계부채 증가가 두드러지지 않으나, 자영업자 등 일부 대출을 중심으로 부실 우려가 있다”면서 “여타 연령층에 비해 1인당 개인사업자 대출 규모가 큰 데다 자영업자 소득도 부진해 최근 고령층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한은은 현 금융시스템이 양호한 수준이라면서도 비은행 부문의 가계부채는 꼼꼼히 살피겠다는 계획이다.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주요국 긴축 기조 지속, 금융시장 불확실성 등 대내외 리스크 요인 있는 상황에서 금융불균형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있지만, 금융시스템이 양호한 점을 고려하면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적다”면서 “단기적으로는 가계부채 비은행 부문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예상치 못한 대내외 충격 가능성에 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총재보는 이어 “가계부채 구조 개선을 위해 유관기관과 다양한 채널 통해 지속적으로 협의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