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 모금] 공식물가와 체감물가는 왜 다를까

각 소비 주체별 경제활동 분야, 생활 양식 등 달라
소비자물가, 일반가구 기준 상품·서비스 조사하나 개별 가구는 그 중 일부만 소비
소비자물가, 지수의 현실반영 높이고자 5년에 한 번 개편 작업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는 모습. 뉴시스

 

통계청은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기 대비 3.3% 상승하며 넉 달만에 상승 폭이 줄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도무지 와닿지가 않는다. 외식을 해도, 장을 봐도 어째 전보다 지갑이 얇아진 느낌이다. 정부가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와 소비자들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체감물가는 왜 이렇게 차이가 큰 걸까.

 

공식물가와 체감물가 간 차이는 필연적이다. 각 소비 주체별로 경제활동 분야와 생활 양식이 달라서다. 주부라면 시장이나 대형마트에서, 직장인이라면 회사 근처 음식점 및 대중교통 비용에 더욱 민감한 식이다. 

 

물가 측정 범위가 다른 점도 한 이유다. 소비자물가는 일반가구가 소비생활을 위해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모두 포함하는데 비해, 개별 가구의 입장에서는 그 중의 일부에 해당하는 상품과 서비스만을 소비한다. 전셋집에서 거주하는 A씨를 예로 들어보자. 2020년 기준 소비자물가 대표품목은 458개로, 전세, 월세, 도시가스, 지역난방, 등유 등이 포함돼 있는데, 이를테면 월세의 등락은 A씨가 느끼는 물가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공식물가와 체감물가의 가중치가 다르다는 점도 살펴봐야 한다. 한 예로 미혼인 1인 가구라면 아이를 키우는 가구나 부모님을 봉양하는 가구와는 지출 구조가 다를 가능성이 큰데, 개별가구가 느끼는 물가와 공식물가간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체감물가는 소비자들이 자주 구매하는 상품의 가격 흐름에 영향을 받는다는 특징도 있다. 지출 금액이 적더라도 생활용품이나 외식비 등 지출이 잦은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이 상승하면 구입할 때마다 가격이 올랐다는 걸 인지하며 체감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물가지수 작성 방법상의 한계도 소비자물가와 체감물가 간 차이를 확대시키는 요인이다. 소비자물가는 지수의 현실반영도를 높이기 위해 5년에 한 번 개편 작업이 이뤄지는데, 기준 연도에서 멀어질수록 소비지출 구조 변화로 인해 체감물가와의 차이가 커질 수밖에 없다. 개편작업은 대표품목을 조정하거나 가중치를 변경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2015년엔 연탄, 프린터, 학교급식비 등이 지수에서 탈락했다. 반면 2020년엔 이른바 ‘이모님 가전’으로 불리는 의류건조기, 식기세척기를 비롯해 유산균, 전기동력차 등 14개 품목이 소비자물가에 추가됐다.

 

가중치가 바뀌기도 한다. 지출목적별로 보면 ‘식료품·비주류음료’의 가중치는 2017년 137.6에서 2020년 154.5으로 16.9포인트 커진 반면, 같은 기간 ‘교육’의 가중치는 89.6에서 70.3으로 19.3포인트 줄었다.

 

한편 일반인들의 체감물가 수준은 한국은행이 매달 소비자동향조사를 통해 조사하는 물가인식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물가인식이란 지난 1년간 물가상승률에 대한 인식을 설문조사 방식으로 조사한 것이다. 한은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2023년 11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물가인식은 4.1%였다. 일반소비자들이 지난달 예상하는 지난 1년 간의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1%였단 뜻이다. 3개월째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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