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높이면 세제 혜택…베일 벗은 ‘밸류업 프로그램’

수익성·평가 양호 기업 ‘코리아 밸류업 지수’ 개발
ETF도 12월 상장…스튜어드십 코드에도 반영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운영 방안. 금융위원회 제공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를 해소하고자 오는 7월부터 상장사들에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스스로 세워 공시하도록 한다. 또 기업가치 우수 기업에 자금이 유입되도록 관련 지수 및 상장지수펀드(ETF)를 연내 출시한다.

 

 금융위원회는 26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 1차 세미나’를 개최해 이러한 내용을 담은 지원방안을 내놓았다.

 

 방안에 따르면 약 1600개에 달하는 전체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스스로 수립하고 연 1회 자율 공시하게 된다. 기업가치 개선 계획에는 현황 진단·목표 설정·계획 수립·이행 평가·소통 등의 내용을 포함했다. 금융위는 오는 5월 2차 세미나를 열고 6월 중 최종 가이드라인을 확정할 계획이다.

 

 하반기부터 상장사들은 이를 참고해 자율 공시를 한다. 공시 기한을 설정하지 않아 강제성이 없으며, 준비된 기업부터 참여할 방침이다.

 

 정부는 다양한 세제 지원책을 인센티브를 통해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방침이다. 매년 우수기업에 대해 표창을 수여하고, 모범 납세자 선정 우대 등 세정 지원 혜택도 제공할 예정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우리 기업들이 자본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아 성장하고 그 과실을 투자자들이 함께 향유하고 재투자하는 선순환적 자본시장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국 상장기업 10년 평균 ROE·PBR·PER. 블룸버그·금융위원회 제공

 ‘밸류업 프로그램’은 기업가치 우수 기업에 대한 시장 평가, 투자를 유도하는 내용을 또 다른 축으로 한다. 금융당국은 오는 9월 수익성이나 시장 평가가 양호한 기업들로 구성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개발한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나 자기자본이익률(ROE), 배당성향, 배당수익률, 현금 흐름 등 주요 투자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우수한 종목들로 구성한다. 이로써 기관·외국인 투자자들이 벤치마크 지표로 활용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ETF도 오는 12월 상장해 일반 투자자들도 기업가치 우수 기업에 투자하도록 한다. 

 

 분기별로 각 기업의 주요 투자지표(PBR·PER·ROE)를 거래소 홈페이지에 비교 공표하는 내용도 담겼다. 배당성향과 배당수익률은 연 1회 알려야 한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의 투자 판단에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감안하도록 스튜어드십 코드에도 반영하기로 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가 타인 자산을 관리하는 수탁자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이행해야 할 행동 지침을 뜻한다. ‘투자 대상 회사가 가업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시행하고 시장과 소통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포함한 가이드라인을 상반기 중 개정한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주주가치를 존중하는 기업 문화가 확산 정착되도록 기업 밸류업을 긴 호흡을 갖고 중장기적인 과제로 꾸준히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정부의 정책적 노력과 기업의 적극적 참여가 더해진다면 2021년 사상 최고치인 3300포인트를 넘어 국내외 투자자로부터 ‘코리아 프리미엄’을 인정받는 시장으로 탈바꿈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을 중장기 과제로 추진하기 위한 지원 체계 구축과 상장사들과의 소통 강화 계획 등도 공개됐다. 거래소 내 전담 부서와 외부 자문단을 구성하고 기업 밸류업과 관련된 정보를 한 데 모아 제공하는 통합 홈페이지가 만들어진다. 공시 교육과 일대일 컨설팅을 제공하고, 상장기업 대상 간담회도 지속해서 열린다.

 

 한편 이날 세미나 발표자로 나선 정지헌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는 “한국 증시의 밸류업을 위해선 수익성 제고, 주주 환원 강화, 지배구조 개선 등 복합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번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이 이러한 노력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했다. 

 

유은정·최서진 기자 viayo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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