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차별 아닌가요?”…단통법 폐지 반응 ‘시큰둥’

정부의 단통법 시행령 개정안을 두고 업계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 소재 휴대전화 매장에 이동통신 3사 로고가 붙어 있다. 뉴시스

 #새로 나온 ‘갤럭시 S24 울트라’를 눈여겨보던 A씨. 고가 모델이어서 망설였지만 이통사를 갈아타면 최대 5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정보를 알아봤다. 그런데 10만원 넘는 고가 요금제를 써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휴대전화 기종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B씨는 10년 넘게 한 이통사만 이용해왔다. 그러던 중 번호이동시 50만원 혜택을 준다는 소식을 듣고 배신감을 느꼈다.

 

 오는 14일부터 이동통신사를 옮기는 번호이동 가입자는 기존 ‘공시지원금(보조금)’ 이외에 최대 50만원의 ‘전환지원금’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이통사 간 지원금 경쟁을 활성화해 단말기 구입 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단말기 구입 주기가 짧아져 제조사에는 긍정적이나 정작 이통사 입장에선 불필요한 마케팅 지출이 발생할 수 있어 시큰둥한 분위기다. 단말기 구입 계획이 없는 장기 가입자에게는 역차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방통위는 시행령 개정과 함께 전환지원금 지급 기준(고시)을 제정해 최대 50만원까지 번호이동 전환지원금을 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는 이통사 변경시 발생하는 위약금이나 심(SIM) 카드 발급 비용, 장기가입자 유치를 위한 추가 쿠폰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업계 반응은 미지근하다. 이미 50만원보다 더 많은 보조금을 지원하는 ‘휴대폰 성지’가 암암리에 성행 중이기 때문이다. 휴대폰 성지란 스마트폰 모델별, 이통사별 시세표를 만들어 카페, 밴드 등 SNS 상으로 공유하는 불법 유통 채널이다.

 

 단통법이 제정된 10년 전과 지금은 시장 상황도 다르다. 당시 이통 3사는 무선 가입자 유치에 혈안이 돼있었지만 현재는 무선 시장이 포화된 상태로 인공지능(AI), 미디어 등 새 먹거리 발굴이 더 중요하다. 전환지원금 혜택은 고가 요금제 가입자 등에게 제한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본사 차원의 정책이 달라진 것은 없다”며 “새 고시는 번호이동 이용자에겐 혜택이지만 기기변경 이용자에겐 어떻게 보면 역차별로 느껴질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시행령 개정안이 윤곽을 드러내자 전환지원금 상한액과 장기가입자 역차별에 대한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 서울YMCA는 단통법 시행령 개정안이 ‘이용자 갈라치기’라고 비판 성명을 냈다. 특히 전환지원금 상한액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고 지급 대상이 광범위하다는 점을 비판했다.

 

 서울YMCA는 “법령에서 수치나 범위를 적시하기 위해선 이를 산출하게 된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고시에는 그 근거가 불명확하고 향후 그 영향도 예측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또 번호이동 시장이 과열돼 가계통신비가 증가하고 자원이 낭비되는 부작용이 나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자리 잡고 있는 알뜰폰 업계에 미칠 피해도 상당하다. 서울YMCA는 “구조적으로 알뜰폰 가입자가 이동통신 3사로의 이동을 과도하게 촉진하는 결과를 초래해 알뜰폰 사업의 기반 자체가 위축되거나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알뜰폰 업계도 방통위에 전환지원금 정책을 재고하달라는 의견을 제출하며 반기를 들었다. 알뜰폰협회는 “알뜰폰은 이통3사의 독과점 체제를 견제하며 대국민 통신비 인하를 이끌어 왔는데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 알뜰폰 사업이 고사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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