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아·설탕 등 원재료 가격↑… 식품물가 영향 불가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카카오 초콜릿 등 제품 모습. 뉴시스

 코코아, 설탕 등 원재료 가격이 치솟는 가운데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국제유가는 물론 에너지 비용, 원달러 환율도 상승하고 있어 식품 및 외식업체들이 가격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물가 안정 기조에 동참해 달라는 정부의 주문에 해당 기업들은 당분간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한 업계가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 우후죽순 가격을 올리는 ‘눈치 보기’ 중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1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미국 뉴욕상품거래소 기준 11일(현지시간) 코코아 선물 가격은 톤(t)당 1만373달러(약 1430만원)로, 일주일 만에 9.6% 올랐고 올해 초보다 142.6% 올랐다. 지난해 가뭄 등 기후 재해와 병충해 확산으로 주산지인 서아프리카 가나와 코트디부아르에서 생산량이 급감한 여파로 가격이 급상승했다.

 

 설탕값도 오르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설탕 가격지수는 평균 145.0으로 전년(114.5) 대비 26.6% 올랐다. 올해 1분기 설탕 가격지수는 평균 136.7로 지난해 평균보다 5.7% 하락했으나 2022년 대비 19.4% 높다. 이에 과자, 빵, 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이 상승하는 슈거플레이션(설탕+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밖에 마른김과 오렌지 주스 원액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aT 조사에 따르면 마른김 도매가격은 12일 기준 1속(100장)에 1만400원으로, 한달 전보다 15.5% 올랐고 1년 전과 비교하면 57.6% 비싸다. 오렌지주스 원액 가격은 미국 뉴욕상품거래소 기준 2022년보다 2배 뛴 파운드당 3.53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정부는 식품·외식업계에 물가 안정 기조에 동참해 달라고 연일 협조를 요청하는 상황이지만, 지금과 같이 원룟값이 계속 오르면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국제 유가가 오르고 원달러 환율도 상승(원화 가치 하락)하고 있어 재료를 많이 수입하는 식품·외식기업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원가 부담을 호소하고 있지만, 일단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총선 후 정부 압박이 완화되면서 프랜차이즈 등에서도 가격을 인상하거나 메뉴나 제품을 ‘리뉴얼(새단장)’하며 ‘꼼수 인상’을 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서진 기자 west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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