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플레이션의 습격]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계속될 이상기후···농산물 수입 필요”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기후플레이션은 또 다른 인플레이션의 악순환 고리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농산물 공급량을 맞추는 것이다. 농민들이 크게 반발하겠지만,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수입 허용 밖에 없다.

 

 김정식(사진)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7일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의 인터뷰에서 “땅에서 나는 모든 것의 가격이 오르는 추세라, 식료품값도 오르고 외식 물가도 오르면서 인플레이션이 일어난다”면서 기후플레이션 대응책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김교수는 기후플레이션이 향후 더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상기후의 시대에 농산물 수확량 감소는 국산, 수입산을 가리지 않을 상수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식량 생산량은 3~7% 줄어든다. 최근에는 사과값이 크게 뛰었지만, 지난해에는 양파값이 세계 평균을 웃돌았다. 당장 내년에 어떤 농산물을 비싼 값에 주고 사 먹어야 할지 알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김 교수는 “기후 문제로 수확량 변동이 커지면서 농산물 가격이 오르는데다가 전기요금, 인건비 등이 함께 상승하면서 밥상물가의 부담은 더욱 커져간다”며 “공산품이라면 수입해서 해결하겠지만 사과나 배추는 수입이 안 되는 품목이라 즉각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기후플레이션이 또 다른 인플레이션 연속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기후플레이션 등에 외식 물가가 빠르게 오르고,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삶을 영위하기 위한 생활비도 오른다”며 “인플레이션이 높을 것이라는 기대를 바탕으로 임금 상승이 이뤄지고, 이는 또 기대 인플레이션을 높여 임금을 올리는 식의 ‘임금·인플레이션 스파이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지난 3월 농산물 물가안정을 위해 1500억원의 긴급안정자금을 편성했다. 이 중 절반이 넘는 755억원은 대형유통업체 및 전통시장 등의 납품단가 지원에 투입됐다. 농산물 물가가 안정될 때까지 가격안정 자금을 무제한·무기한으로 투입한다는 내용도 밝혔다. 그러나 짧은 기간 일부 품목의 가격을 조정하는 효과밖에 내지 못하고 유통업체의 배만 불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교수는 “생산자, 소비자, 유통단계 등 지원의 선택지가 있는데, 급하다 보니 유통 단계를 선택했다”며 “소비자에게 지원하거나 생산자가 공급을 늘릴 수 있도록,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가격을 낮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이 더욱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저소득층은 농산물이나 음식의 가격이 상승하면 영양소적으로 충분한 식사를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쿠폰을 지급해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돕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유통단계는 워낙 많은 단계를 거치기에 지원금의 효과가 크게 나타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전년 동월 대비 사과는 80.8%, 배는 102.9% 올랐다. 특히 배는 1975년 시작한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근본적인 원인인 ‘공급 부족’이 해결되지 않으니 정부 정책만으로 가격 안정이 쉽지 않은 것이다. 수입하자는 목소리도 나오나 우리나라는 병충해 등을 막기 위해 사과나 배 등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김 교수는 “부족한 공급량을 즉각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입을 하면 된다”며 “최근 금값이 됐던 사과도 수입으로 공급량을 맞추면 되는데 이익집단이나 농민단체 등의 반발 때문에 쉽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궁극적으로는 수입을 늘려서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상 기후는 더욱 심해지고 사과 농사 흉작처럼 크게 피해를 받는 일이 더 늘어날 것이라 맞춰 대응해야 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수입을 허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서진 기자 west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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