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談談한 만남] ‘반려동물 전문’ 조찬형 변호사 “펫산업 활성화 위한 법적·제도적 뒷받침 절실”

조찬형 법무법인 청음 대표변호사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반려동물 양육 인구 1500만명 시대다. 반려동물을 단순한 동물이 아닌 가족 구성원으로 여기며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펫 휴머니제이션(Pet Humanization)’ 트렌드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어나고 펫산업이 성장하면서 반려동물 관련 법적 분쟁도 많아지는 추세다. 분쟁 유형 역시 다양화하고 있어 반려인과 반려동물을 위한 법률 서비스 수요가 점점 커지고 있다.

 

◆1500만 반려인 위해 의기투합

 

 이런 상황에서 반려인들에게 한 줄기 빛과 같은 역할을 하는 이가 있다. 법무법인 청음의 반려동물 전문 변호사그룹(PET LAWFIRM)의 조찬형 대표변호사다. 기업·부동산 분야에서 일하고 있던 조 변호사는 2019년 문강석 변호사, 임세걸 변호사와 함께 반려동물 전문 변호사그룹을 꾸렸다. 사내에 반려동물 전문 변호사그룹을 만든 국내 법무법인은 청음이 처음이다.

 

 세 변호사 모두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거나 키운 경험이 있다. 각기 다른 전문 분야에서 일하다가 5년 전 ‘반려동물 사랑’이라는 공동의 가치와 펫산업 발전에 이바지하자는 마음으로 의기투합했다. 

 

 서울 서초동 청음 사무실에서 만난 조 변호사는 “어렸을 때 강아지를 키워서 반려동물과 친숙하다. 제 아내도 반려견을 키웠는데 몇 년 전 반려견이 무지개다리를 건너 ‘펫로스 증후군(반려동물을 잃고 상실감·슬픔 등을 느끼는 증상)’을 겪었다”며 “세 변호사 모두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펫산업에서 공익적 책무를 다 하자는 취지로 반려동물 그룹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청음은 홈페이지 문의 게시판 등을 통해 법률 상담을 무료로 진행한다. 반려동물 사건 문의는 증가하는 추세지만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다. 동물 관련 소송은 소가(訴價)가 낮다.

 

 조 변호사는 “동물 관련 소송은 100% 승소해도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소송가액이 변호사 수임료보다 적다”며 “90% 이상은 소송에 이르지 않는다. 상담을 통해 오해를 푸는 분들이 있고, 내용증명을 보내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 소송에 이르는 건 100건 중 5~10건 정도다. 반려동물 관련 분쟁이 있을 때 중간에 거중조정 역할을 해서 극한대립을 막을 때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고 말했다.

 

조찬형 법무법인 청음 대표변호사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쑥쑥 크는 펫산업, 법적·제도적 지원 필요

 

 국내 펫산업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펫코노미 시장 규모는 2015년 1조9000억원에서 2019년 3조원까지 성장했다. 현 추세라면 2027년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6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펫산업의 성장을 뒷받침할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반려동물의 법적 지위를 개선하는 민법 개정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반려동물은 현재 민법상 물건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반려동물은 인간과 교감하고 애정을 주고받는 존재고, 물건이 아닌 생명체로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점차 확산하고 있다. 이에 21대 국회에서 동물에 대한 비인도적 처우를 개선하고 동물권 보장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민법에 추가하는 개정안이 법사위까지 상정됐으나 결국 제대로 된 논의를 거치지 못하고 폐기됐다.

 

 조 변호사는 이번 22대 국회에선 민법 개정안이 통과되길 바라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동물이 위자료 청구권의 귀속 주체로 인정될 수 있고 형법, 행정법 등 법체계에서 동물의 법적 지위에도 변화가 생긴다. 조 변호사는 “법원에서도 이제는 반려동물을 단순한 물건으로 보지 않는 분위기다. 반려동물의 법적지위 강화와 펫산업 발전을 위해 민법 개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당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당장 현실에 반영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관계법령 사이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동물의 범위는 어떻게 정할 것인지, 반려동물에서 반려(伴侶)의 의미는 누가 결정하는 것인지 등 여러 문제를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우선은 민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단 기본법이 바뀌어야 부수법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조찬형 법무법인 청음 대표변호사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반려동물 진료비 표준수가제 필요 

 

 또 다른 화두는 반려동물 의료비 체계의 개선이다. 반려동물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반려인들의 의료비 부담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비싼 반려동물 의료비와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동물병원마다 천차만별인 진료비도 반려인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

 

 조 변호사는 “개인적으로 수의사들이 폭리를 취한다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반려인 입장에선 진료비가 과하다고 느낄 수 있다. 수요자와 공급자의 시선이 다른 상황”이라며 “일반의료는 수가(酬價·의료서비스의 대가)가 정해져 있는 반면 동물의료는 수가가 정해져 있지 않고 동물병원에서 자의적로 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려인 입장에선 정보가 오픈돼 있지 않아 불만이 크다. 공적인 통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진료비 표준화(표준수가제)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반료동물 의료비 체계 개선 문제는 펫보험 활성화와도 연관이 있다. 보험업계에선 펫보험 활성화를 위한 선결 과제로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조 변호사는 “펫보험 활성화를 위해서도 표준수가제 도입이 필요하다. 다만 제도 도입 과정에서 충분한 소통이 필요하다. 동물의료계의 의견도 반영돼야 한다. 제대로 된 소통 후 도입해야 제도가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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