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모두가 ‘쏠림’을 위험하다고 말한다

염승환 LS증권 리테일사업부 이사
염승환 LS증권 리테일사업부 이사

 

요즘 시장에서 가장 자주 듣는 단어는 단연 ‘쏠림’이다. 코스피 지수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60%에 달한다. 여기에 두 회사의 지분을 보유한 기업들의 시가총액까지 더하면 65%다. 사실상 코스피의 방향은 두 종목이 결정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지수가 올라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보유하지 않고 있는 투자자들의 계좌는 썩 좋을 리가 없다. 변동성도 무척 심하다. 코스피가 하루는 5% 상승하고, 하루는 5% 급락한다. 일년에 1~2번 정도 있는 5% 변동성이 이제는 일주일에 한 번꼴로 발생하고 있다. 투자자 모두가 정신없는 변동성 때문에 멀미를 느끼고 있다. 그러다 보니 모두가 쏠림을 위험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필자는 질문을 바꿔보고 싶다. 쏠림은 정말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대상인가?

 

쏠림의 열기는 숫자로 확인된다. 지난 5월 2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추종하는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되자 그야말로 광풍이 불었다. 개인투자자들은 보유하던 코스닥 종목을 팔아 레버리지 ETF로 갈아탔다. 그 결과 지난 3일 기준 코스피가 올해에만 87% 상승하는 동안, 코스닥은 오히려 6% 하락했다. 같은 나라의 두 시장이 이토록 극명하게 갈린 원인은 결국 하나, 쏠림이다.

 

그런데 역사를 돌아보면 쏠림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노키아는 전성기 시절 핀란드 증시 시가총액의 75%를 차지했고, 노보 노디스크는 덴마크 시총의 절반을 홀로 감당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TSMC는 대만 시총의 40%를 점하고 있다. 1970년대 미국에는 소수 우량주에 자금이 집중됐던 ‘니프티 피프티’ 장세가 있었다. 시대를 바꾸는 산업이 등장할 때마다, 자본은 언제나 그 시대의 주인공에게 몰려들었다.

 

특히 인공지능(AI)이라는 산업의 구조 자체가 쏠림을 만들 수밖에 없다. AI 수혜를 받는 기업은 생각보다 훨씬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AI 팩토리는 토큰을 찍어내는 공장이고, 이 토큰이 있어야 비로소 AI를 사용할 수 있다. 최고 성능의 AI 팩토리를 구축할 수 있는 기업은 엔비디아, 구글, 아마존 정도에 불과하다. AI 팩토리의 심장인 AI 가속기를 제조할 수 있는 기업은 TSMC가 유일하다. 여기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 통신용 칩, MLCC, 기판을 만드는 기업 역시 극소수다. 모두가 AI의 수혜를 받는 것이 아니다. 선택된 소수만이 받는다.

 

그리고 그 선택된 소수에 대한민국이 들어가 있다. AI가 학습을 넘어 추론의 시대로, 다시 에이전트의 시대로 진화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HBM에서 범용 메모리까지 전방위로 폭발하고 있다. 반면 공급은 지난 몇 년간 늘지 못했다. 이제서야 증설에 나서지만 공장 하나 짓는 데만 2년이 넘게 걸린다. 대한민국 3대 메가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800조원을 투입해 서남권에 메모리 반도체 단지 4개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그렇게 지어도 공급이 부족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병목은 그만큼 깊다.

 

오해는 말자. 쏠림이 좋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쏠림은 강세장의 어쩔 수 없는 특징이고, 시대가 변할 때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AI는 이를 더욱 가속화할 뿐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쏠림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쏠림에 적응하는 것이다. 쏠림과 변동성이 두렵다면 포트폴리오를 반도체 이외의 업종으로 다변화해야 한다. 그리고 레버리지 투자는 당장 중단해야 한다. 변동성 장세는 앞으로 일상이 될 것이다.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된 투자자만이 코스피와 오래 동행할 수 있다.

 

우리가 쏠림보다 두려워해야 할 것은 따로 있다. 바로 병목의 해소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메모리 반도체라는 극심한 병목의 한가운데에 올라타 있고, 그 덕분에 AI 시대의 가장 큰 수혜를 누리고 있다. 만약 AI 수요가 꺾이거나, 중국이 추격해 우리의 반도체 공급을 일부 잠식하거나, 대규모 증설로 공급이 크게 늘어 병목이 해소된다면, 그 순간 쏠림도 끝나고 강세장도 막을 내리게 될 것이다.

 

결국 투자자가 진짜 주목해야 할 것은 쏠림의 크기가 아니라 병목의 수명이다. 메모리 병목이 지속되는 한, 쏠림과 변동성이 계속되더라도 강세장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모두가 쏠림을 위험하다고 말할 때, 현명한 투자자는 병목이 언제 풀리는지를 지켜본다. 시장의 진짜 신호는 언제나 소음이 아니라 구조에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염승환 LS증권 리테일사업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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