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9명의 목숨을 앗아간 시청역 사고로 인해 자동차 급발진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자동차 급발진이란 운전자가 차체 조작 불능 상태에서 급가속을 일으키는 결함을 뜻한다.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제조사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여부도 쟁점이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자동차 업계에서 급발진 사례를 인정한 경우는 없다. 완성차 업계는 급발진과 관련해 직접적인 의견을 내지 않고 있다. 과학적으로 급발진 여부가 규명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소비자가 급발진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현행 법체계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2017년부터 접수된 급발진 신고 236건 중 실제 급발진으로 인정된 사례는 한 건도 없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급발진 사고로 의뢰된 사건 중에도 인정된 사례는 한 건도 없다.
미국은 제조사가 재판 과정에서 소비자 요구에 따라 차량 결함이 없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고 그러지 못하면 소비자에 배상해야 한다. 같은 차량에서 비슷한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면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조사를 실시한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급발진이 사고 원인이 아님을 제조사가 직접 입증해야 하는 이른바 ‘도현이법(제조물 책임법 일부 법률개정안)’ 제정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도현군의 아버지 이상훈씨가 올린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는 현재 5만명 이상 동의한 상태다. 이 청원은 성립 요건을 충족했기 때문에 국회 소관 위원회에 넘겨져 관련법 논의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신고 현황을 살펴보면 2017년 집계 이후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상태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의 보급이 늘어나면서 신고 건수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최근 서울 시청역 사고로 인해 급발진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사회적 공포감이 생기면서 브레이크를 밟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페달 블랙박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온라인 자동차용품 판매 사이트 등에는 페달 블랙박스가 베스트 판매 품목 1~2위로 올라와 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