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교육 분야의 AI 도입, 약일까 독일까

 신문을 만드는 과정에서 마무리로 가장 중요한 것이 오·탈자를 교정하는 것이다. 기사가 실린 지면을 미리 종이로 뽑아놓은 ‘대장’을 PC나 스마트폰을 통해 전자문서 형태로 점검해 볼 수 있지만 마지막에는 꼭 종이로 인쇄해서 읽어본다. PC나 스마트폰 화면으로 아무리 꼼꼼히 살펴도 안 보이던 오·탈자가 종이로 보면 나타나곤 하기 때문이다.   

 

 책도 마찬가지다. 전자책을 이용하는 이들도 많아졌지만 여전히 종이책을 집어 드는 사람도 적지 않다. 종이로 된 책의 질감과 각 장을 넘기는 손맛, 그리고 집중도가 더 탁월하기 때문이다. 물론 디지털로 전환하면서 종이로 출판하는 대신, 디지털 전용리더기로 전자책을 보게 되면서 종이 사용량이 줄고 종이의 원재료인 나무를 보호할 수 있게 된 이점도 있다. 기후위기 대응 차원에서 각계에서 행정과 사무를 디지털화 해 종이 낭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최근 교과서마저 AI 신기술을 도입해 디지털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교육부가 내년부터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를 통해 초저출산 시대에 기술을 활용해 교육 격차를 줄이고 모든 아이를 인재로 키울 수 있는 맞춤 교육을 실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2025년 초등학교 3, 4학년과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수학, 영어, 정보, 국어(특수교육) 교과에 먼저 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하고 2028년까지 대상 학년과 교과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물론, 교육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러한 AI 디지털교과서가 논란이 되고 있다. 

 

 2009년 아이폰 국내 출시 무렵 태어난 아이들은 사실상 스마트폰과 함께 인생을 시작했다. 스마트폰 중독의 위험성을 몰랐던 당시 부모들은 아이들 손에 스마트폰을 들려주곤 했다. 요즘도 식당이나 공공장소에서 아이가 칭얼거리거나 떼를 쓰지 못하도록 스마트폰을 자녀 손에 쥐여주는 부모를 종종 볼 수 있다. 이런 아이들이 그 증상이 가볍든 무겁든 간에 스마트폰, 소셜미디어, 컴퓨터, 인터넷 등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이른바 ‘디지털 중독’에 빠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요즘 초∙중∙고교에서 등교 시는 물론, 수학 여행이나 수련회 등 교외 체험 활동에서도 스마트폰을 미리 수거하는 것이 일반화됐다. 결국 디지털 기기로부터 조금이라도 아이들을 떨어뜨려 놓기 위한 고육책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과서를 전면 디지털화한다고 하니 걱정의 소리가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물론, AI 시대에 발맞춰 미래 신기술을 교육에 도입하는 걸 덮어놓고 반대할 일은 아니다. 다만, 유소년기는 물론, 청소년기에 책을 더 많이 읽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도록 하는 것이 먼저다. 기본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혁신 기술을 배우게 한들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챗 GPT 등 AI를 이용해본 이들은 알 것이다. 활용 범위도 넓고 제대로만 사용하면 업무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이는 전문직종에나 해당하는 일이지 학생들에게는 무리다. 기존 교과서를 대체하는 것은 가뜩이나 책과 멀어지는 요즘 아이들에게 자칫 디지털 중독으로 내몰 수 있다. 

 

 황석영 작가의 발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25일 방송된 MBC ‘손석희의 질문들’에서 관중석의 한 학부모가 “(자녀교육을 위해)챗 GPT가 대세라는데 따라가야 할 지 고민”이라고 질문하자 황 작가는 단번에 “필요 없다”고 대답했다. 이어 자신이 챗 GPT를 직접 써본 경험을 언급하며 “박사 10명을 두고 쓰는 것과 같다”고 칭찬하면서도 “AI는 질문이 좋아야 답이 제대로 나온다. 자기 콘텐츠가 있어야 AI도 잘 활용할 수 있으니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모두 꼭 되새겨 봐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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