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은행권 가계대출이 한 달 동안 9조3000억원 늘어나며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전체 규모 역시 역대 최대치를 나타냈다.
이런 가운데 급증하는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의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는 국제기구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1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8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130조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월보다 9조3000억원 늘었으며, 이는 2021년 7월(9조7000억원) 이후 최대폭이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대출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지난해 3월(-7109억원)까지 감소했다가 4월(+2조3000억원)부터 상승 전환했다. 이후 올해 3월 1조7000억원 감소하며 1년 만에 줄어들었지만 4월(+5조원)과 5월(+6조원), 6월(+5조9000억원), 7월(+5조4000억원) 증가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은행권 가계대출을 살펴보면 주담대가 890조6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8월 한 달 동안 8조2000억원 늘며 통계 작성 이후 최대 증가폭을 나타냈다. 한은은 주택매매 증가와 대출 금리 하락, 정책대출 공급 등에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은행권의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238조4000억원)도 1조1000억원 늘었다.
이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2024년 8월 중 가계대출 동향(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총 9조8000억원 증가하면서 전월(5조2000억원) 대비 증가폭이 크게 확대됐다.
항목별로 주담대가 8조5000억원 증가하면서 가계대출 증가를 이끌었다. 기타 대출은 은행권 1조1000억원, 제2금융권 2000억원을 기록해 증가세로 전환하면서 총 1조3000억원 뛰었다.
은행권뿐 아니라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도 증가세를 보였다. 제2금융권 가운데 보험(+3000억원)·여신전문금융사(+7000억원)·저축은행(+4000억원)에서 가계대출이 전월 대비 늘었고, 상호금융(-1조원)은 감소세를 유지했다.
금융당국은 8월 가계대출 증가폭이 급증한 것과 관련해 “서울·수도권 중심의 부동산 상승세,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 전 막차 수요, 주식 투자 수요 등에 따라 8월 가계대출 증가폭이 전월 대비 큰 폭으로 상승했다”며 “거시 경제와 금융 시장 안정을 위해 지금은 가계부채를 보다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할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가계부채는 한국 경제의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이라 불리는 국제결제은행(BIS)은 “대부분의 신흥국은 아직 민간신용 증가가 성장을 촉진하는 영역에 있지만, 아시아 국가들은 성장을 저해하기 시작하는 변곡점에 다다랐다”며 “한국과 중국의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이 100% 선을 넘어서면서 경제성장률도 정점을 찍어 역 U자형 곡선과 일치했다”고 지적했다. 민간신용은 금융기관을 제외한 기업, 가계 등 민간 비금융부문의 부채를 의미한다. 한국의 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지난해 말 222.7%(BIS 기준)를 기록해 100% 선을 훨씬 넘어선 상태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달 22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하면서 “부동산 가격과 이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위험신호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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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가계대출 잔액 증감. 한국은행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