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승진한 정유경, ‘주춤’ 신세계백화점 재도약 이끌까

-그룹의 경영 분리 공식화 속 리더십 입증해야

신세계 총괄사장에서 부회장을 건너뛰고 승진한 정유경 신세계 회장. 신세계

 신세계 총괄사장에서 회장으로. 9년 만에 부회장을 건너뛰고 승진한 정유경(52) 신임 회장이 신세계백화점을 필두로 아웃렛, 패션·뷰티, 면세, 가구까지 백화점 부문을 진두지휘하게 됐다.

 

 신세계그룹은 30일 정기 임원인사에서 정유경 신세계 총괄 사장이 신세계 회장으로 승진했다고 밝혔다. 그간 총괄 사장으로서 신세계의 주력 사업인 백화점을 이끈 그가 회장 직함을 달면서 더욱 무게감을 갖게 됐다. 특히 최근 성장세가 주춤한 신세계백화점의 재도약을 이끌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주어졌다.

 

 신임 정 회장은 이병철 삼성그룹 초대 회장의 외손녀이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외사촌 동생으로, 이화여대 미술대학과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스쿨을 나왔다. 1996년 조선호텔 마케팅담당 상무보로 일을 시작해 조선호텔 포르젝트실장 상무(2003~2009년), 신세계 부사장(2009~2015년)을 거쳐 2015년 12월부터 최근까지 신세계백화점 부분 총괄사장을 맡았다.

 

 신임 정 회장이 이끌 신세계의 주력 신세계백화점은 국내 전체 백화점 매출 점유율 30.7%를 기록한 업계 2위로, 지난해 기준 전국 13개 점포에서 12조1789억원 매출을 올렸다. ‘고급화’라는 콘셉트 아래 유명 명품을 대거 입점시켜 운영 중이다.

 

 신세계백화점은 2021년과 2022년 연속해서 매출 성장률 20% 이상을 기록, 국내 백화점 업계 성장률 1위로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지난해 2.8% 성장에 그쳤고, 올해도 1분기(7%)를 제외하면 2분기(2.6%)와 3분기(1.8%) 다소 주춤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총 매출 추이

 이런 상황에서 신세계그룹이 이날 정 회장의 승진 소식과 더불어 양대 주력 사업인 백화점과 이마트의 계열분리를 공식화한 만큼, 앞으로 백화점 수장으로서 경영 능력을 확실하게 입증해야 하는 위치가 됐다.

 

 이날 신세계그룹은 지난 3월 승진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처음 단행하는 대대적인 정기 임원인사도 발표했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이사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고, 송만준 이마트PL·글로벌사업부장이 이마트24 대표로 내정됐다. 신세계푸드 대표에는 강승협 신세계프라퍼티 지원본부장이 선임됐고, 김홍극 신세계까사 대표는 신세계인터내셔날 뷰티&라이프 부분 대표를 겸직한다. 또 전상진 이마트 지원본부장은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로 내정됐고, 신세계L&B대표는 외부에서 영입한 마기환 대표가 선임됐다. 신세계야구단 대표는 김재섭 이마트 기획관리 담당이 맡는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정용진 회장이 취임 첫 해 단행한 정기 인사로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신상필벌 원칙에 따라 역량 중심의 인재를 적극적으로 발탁해 성장을 더욱 가속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했다“고 밝혔다.

 

 이는 역량을 갖춘 인재라면 직급에 상관없이 대표로 발탁해 성과 창출이 가능하게 하겠다는 메시지다. 과거 획일화된 인사 체계를 탈피해 조직원들에게 지속해서 동기를 부여하고 회사 전체적으로 인재 활용 폭을 넓히는 효과를 기대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