짦은 가을이 지나고 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하면 주부들의 김장 걱정이 시작된다. 최근에는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값이 인상 중이라는 뉴스가 보도되기도 하여 주부들의 근심거리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김장철을 앞둔 주부들이 배추값 이외에 김장 전에 반드시 챙겨야 할 항목이 있다. 바로 손 건강이다.
김장을 하는 주부들의 손은 쉴 틈이 없다. 씻고, 절이고, 다지고, 무치고, 버무리는 과정을 장시간 동안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평소보다 손과 손목 사용이 늘어나 손이 저리는 경우가 많다. 많은 양의 김치를 담그는 주부라면 한 번쯤은 느껴 봤을 손저림 증세. 간헐적으로 느껴지던 손저림 증세가 심해지면 밤잠을 못 잘 정도로 수시로 나타나기도 한다. 약지 중지, 엄지 등이 아프거나 힘이 들어가지 않아 손이 저리고 전화기, 숟가락 등을 들기가 힘들 때도 있다.
40~60대 주부들은 저리거나 쥐가 난 듯 하거나 바늘로 콕콕 쑤시는 듯한 손저림증의 증상이 느껴질 때 흔한 혈액 순환의 문제나 일시적인 피로현상으로 치부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손저림증은 가볍게 볼 증상이 아니며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신체 노화가 진행되면 관절 및 근육 등도 퇴행되는데, 손이 저린 증상 하나에도 다양한 병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저림 증상이 느껴지는 가장 대표적인 병은 손목터널 증후군(수근관 증후군)을 들 수 있다. 손목터널 증후군은 손목중앙 부분 아래의 정중신경이 손목관절의 전방에 위치하는 터널모양의 수근관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주위 구조물에 눌려서 발생한다. 이 밖에도 목디스크가 원인이 되어 경추에서 뻗어 나오는 신경가지가 눌려 손저림증이 생기거나 당뇨 등 대사 질환의 2차 증세로 손저림증을 느낄 수도 있다.
서울예스병원 관절센터 정현수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김장을 마친 주부들의 경우 손저림 증상을 일시적인 것으로 치부하거나 ‘자연스레 두면 낫겠지’라고 방치하다 병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며 “김장을 마치고 1주일 이상 손이나 손목의 저림 증세가 지속되고 통증이 쉽게 가시질 않는다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병명을 진단받고 치료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손저림 증상이 지속되어 병원을 찾는다면 초음파 검사를 통해 정확한 손목의 신경상태 확인이 가능하다.
초음파 검사는 간단하게 초음파 프로브라는 기구를 피부에 접촉시켜 초음파를 신체에 관통하여 반사되는 영상을 얻는 것으로 환자에게 전혀 해가 없고 외래 방문 시 짧은 시간 내에 검사를 완료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무릎이나 고관절과 같이 근육에 많이 둘러싸인 관절은 초음파로 볼 수 있는 구조물이 한계가 있는 반면에 손목과 같이 해부학적인 구조물들이 피부 가까이에 위치하는 부위는 초음파로 대부분 질환의 진단이 가능하다.
특히 초음파는 손저림 증상의 진단 외에 치료에도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손목터널 증후군의 치료 방법 중 하나인 정중신경 주위에 소염약제를 주사로 투여하는 경우, 단순 주사치료보다 초음파 유도 하에 주사로 약물을 신경주위에 투여하면 혈관, 신경의 손상을 감소시키며 정확한 위치에 주사할 수 있어 효과, 안전성 측면에서 효과가 높다.
정현수 서울예스병원의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대개 병원에서 진행하는 검사라고 하면 자기공명영상(MRI)나 컴퓨터 단층촬영(CT)등 복잡하고 비용부담이 높은 검사를 떠올리지만, 손저림 증상의 경우 근전도 검사나 초음파 검사를 통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에 신속하게 원인을 파악하고 치료할 수 있으니 김장 후나 평상시에 손저림 증상이 느껴지면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보는 편이 좋다”고 강조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