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의 경영권 향방이 걸린 운명의 임시주주총회가 23일 열린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고려아연과 영풍·MBK 파트너스 연합 사이 경영권 분쟁의 결론이 지어질 수도 있다.
22일 전문가들의 예상에 따르면 유리한 고지를 점한 쪽은 영풍·MBK 연합이다. 우선 의결권 주식 지분율에서 영풍·MBK 연합이 앞서 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46.72%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 현 경영진과 우호 지분의 지분율(39.16%)보다 약 7%포인트 높다.
아울러 최 회장 측에서 띄운 승부수 ‘집중투표제’가 최근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는 것도 전문가들이 영풍·MBK의 승리를 점치는 배경이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선임할 때 선임하는 이사 수만큼의 의결권을 주주에게 부여하고 원하는 후보에게 몰아주는 방식으로 투표할 수 있게 하는 제도로, 특정 이사 몇 명에게 의결권을 집중적으로 행사할 수 있어 의결권 지분율이 적은 쪽에서 뒤집기가 가능해진다.
그런데 21일 ‘임시주총에서 집중투표 방식으로 이사를 선임해서는 안 된다’는 영풍·MBK 연합의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였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집중투표 청구를 했던 당시 고려아연의 정관은 명시적으로 집중투표제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집중투표 이사선임이 무산됨에 따라 기존 과반수 득표제 방식이 적용, 이번 임시주총에서 영풍·MBK 측 이사 후보 14명 전원이 이사회에 진출할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 12명 중 영풍·MBK 측 이사는 장형진 영풍 고문 1명뿐으로, 단번에 15명까지 늘어나는 셈이다. 최 회장 측이 이번 임시주총에서 내세운 이사 후보는 7명이다.
영풍·MBK 연합은 “집중투표 방식으로 이사선임을 금지한 법원의 가처분 인용 결정은 당연한 결과”라며 “23일 임시주총을 통해 이사회 개편, 집행임원제도 도입 등 실질적인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법원의 이번 판단은 이번 임시주총에서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는 안건과는 무관한 사항”이라며 “고려아연은 소수주주 보호 및 권익 증대라는 애초 취지에 맞춰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을 적극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