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에 저성장 그림자가 드리우면서 한국은행이 내수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2.75%로 0.25%포인트 내렸다.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달 한은의 전망치를 하회하는 1.5%로 내다봤다.
25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서울시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00%에서 연 2.75%로 0.25%포인트 낮췄다. 기준금리가 2%대에 진입한 것은 2022년 10월 11일(2.50%) 이후 2년 4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금통위는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낮추면서 3년여 만에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단행했고 11월에도 시장의 예상을 깨고 추가 인하를 단행한 바 있다. 금통위가 연이어 금리를 낮춘 것은 한국 경제의 성장 부진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달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일으킨 비상계엄 여파로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금리를 동결했다.
지난달 금통위 이후 한국 경제를 둘러싼 불안감이 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정책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수출 타격 우려가 현실이 됐다. 우리나라 주력 수출 상품이 자동차·반도체 등에도 미국이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도 커지는 상황이다. 또한, 비상계엄 이후 소비 심리가 위축됐고 건설 경기 부진 등 내수도 침체가 계속됐다.
한은은 “외환시장의 경계감이 여전하지만 물가 상승률 안정세와 가계부채 둔화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성장률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해 경기 하방압력을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국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은 1.5%로 또 한 번 낮아졌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올해 경제성장률을 1.9%로 전망했다. 하지만 비상계엄 영향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예상보다 크게 타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자체 블로그를 통해 이례적으로 성장률 전망치를 1.6~1.7%로 예상했다. 이후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 등의 영향을 고려해 예상보다 낮은 수준으로 전망했다.
한국 경제 성장 눈높이도 낮아지는 추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1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1.6%로 내렸다. 계엄 전까지 2.0%에 이르던 해외 투자은행(IB)들의 평균도 최근 1.6%까지 떨어졌다.
한은은 “국내경제 상황은 비상계엄 여파로 정치 불확실성 확대, 기상여건 악화로 소비가 부진한 가운데 수출 증가세가 둔화됐다. 고용은 주요 업종의 취업자 수 감소세가 이어졌다”면서 “국내경제는 경제 심리 위축, 미국의 관세 정책 등의 영향으로 내수 회복세와 수출 증가세가 당초 예상보다 낮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1.8%로 유지한 가운데 올해와 내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각 1.9%로 내다봤다.
최정서 기자 adien10@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