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층은 경기 불황과 공유 문화 확산으로 신차 구매를 꺼린다. 반면 은퇴 후에도 경제 활동과 취미 활동을 즐기는 고령층은 신차 구매를 위해 적극적으로 지갑을 연다. 국내 자동차 시장의 신풍속도다.
8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의 올해 상반기 자동차등록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20대의 승용 신차 등록 대수(개인 자가용 기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7% 줄어든 2만9066대를 기록했다.
전체 승용 신차 등록 대수(51만1848대) 중 20대가 차지하는 비중도 5.7%에 불과할 만큼 떨어지는 추세다. 20대 신차 등록 점유율은 2016년만 해도 8.8%에 달했지만 매년 하락세를 보이다 2022년 7.8%까지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6.7%를 기록했다. 올해도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20대의 신차 등록 점유율은 10년 이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30대의 올해 상반기 승용 신차 등록 대수와 점유율도 각각 9만9611대, 19.5%를 나타냈다. 30대 신차 등록 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감소했다. 20대와 마찬가지로 30대의 신차 등록 점유율도 2016년에는 25.9%에 달했으나 10년 새 6.4%포인트 떨어졌다. 30대의 신차 등록 점유율은 올해 처음으로 20%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20∼30대 신차 구매 감소는 경차 판매량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과거 2030은 대표 엔트리카(진입 모델)로 꼽히는 경차의 주 소비층으로 꼽혔다. 하지만 최근 2030의 신차 구매 자체가 줄고, ‘생애 첫차’로 경차 대신 대형, 고급 차량을 선택하는 소비자도 늘면서 경차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올 상반기 경차의 신차등록 대수는 3만6989대로 지난해 동기보다 31.9% 감소했다. 지난해 경차 등록 대수는 전년 대비 20.0% 감소한 9만9211대였다. 업계에선 올해 연간 경차 판매량이 10만 대는 물론 7만 대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회 초년생인 20∼30대의 신차 구매가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계속되는 경기 부진과 고금리로 경제적 여력이 없어진 탓이다. ‘카플레이션(자동차 + 인플레이션)’이란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소비자 부담이 커졌다. 이에 구매 여력이 다른 연령층보다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20∼30대들은 신차 구매 대신 중고차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자동차 공유문화의 확산도 20·30대의 신차 구매가 줄어든 배경으로 거론된다.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신차가격에 부담을 느낀 20대들이 차량공유 플랫폼을 통해 차를 이용하는 추세다.
20∼30대와는 대조적으로 60∼70대 고령층에선 신차 구매가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 60대와 70대의 신차 등록 대수는 각각 9만2123대와 2만310대로 전체 연령대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각각 18.0%, 4.5%로 집계됐다.
60대의 신차 등록 점유율은 10년 전인 2016년 9.6% 불과했으나 매년 꾸준히 증가하다 올 상반기 2배 가까운 18.0%까지 올랐다. 70대의 신차 등록 점유율 역시 2016년 2.8%에 불과했으나 매년 증가하다 올해 상반기 4%대 중반을 찍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60∼70대의 신차 구매가 늘어난 배경에는 은퇴 후에도 왕성한 경제 활동과 취미 생활을 하는 ‘액티브 시니어’의 증가가 있다”며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60~70대의 절대 인구도 늘어나고 있는 데다 다른 연령층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50~60대는 높은 구매력을 바탕으로 자동차 시장에서도 ‘큰 손’ 노릇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