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신축 아파트 분양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운데 이른바 ‘국민 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 분양가가 17억원여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정부의 대출 규제까지 강화된 탓에 아파트 수요자의 내 집 마련 진입장벽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분양평가 전문회사 리얼하우스가 청약홈 자료를 집계한 결과, 6월 기준 서울의 전용면적 84㎡ 분양가는 16억9000만원까지 높아졌다. 서울 전용 84㎡ 아파트 분양가는 지난해 6월 14억299만원을 기록했다. 1년 만에 2억8701만원(20.4%) 상승한 것이다. 서울 전용 84㎡ 아파트 분양가는 전국 최고 수준이다. 같은 수도권이라도 서울과 경기·인천의 자금 여건은 큰 차이를 보인다. 동일한 시점과 기준으로 경기가 7억9419만원, 인천은 6억5423만원으로, 현금 필요액은 각각 1억9000만원, 5400만원 수준이다. 서울과 인천 간 현금 부담 격차는 20배 넘게 벌어졌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지난달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을 최대 6억원으로 제한하는 ‘6·27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며 전방위 대출 규제를 잇달아 시행했다. 결국 청약에 당첨되더라도 평균 10억9000만원을 현금으로 보유해야 서울 국민평형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소형 면적인 전용 59㎡도 6월 평균 분양가는 12억5587만원으로, 6억원을 대출로 조달하더라도 6억5587만원은 현금으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 현금 부자만 청약이 가능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김선아 리얼하우스 분양분석팀장은 “대출 규제가 시행되면서 서울 분양시장 진입장벽은 사실상 자산 보유 여부로 결정되는 구조가 됐다”며 “하반기에는 상대적으로 자금 부담이 낮은 수도권 외곽과 지방 광역시로 수요가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서울 아파트 분양가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는 공급 부족 우려가 거론된다. 주택 공급 절벽을 우려하는 불안 심리가 분양가와 청약 경쟁률을 밀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1~6월) 전체 민간 아파트 공급 물량은 4만2603가구에 그쳐 최근 5년간 반기 평균 (9만2067가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46.3%)이다. 특히 올 1분기에는 전국 1만2857가구 중 수도권 공급이 1914가구(비중 15%)에 불과할 정도로 공급 가뭄이 극심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