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향후 과징금 등에 대한 불복 소송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해 내년도 예산안에 소송 수행 비용을 2억원 상향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가 13일 국회에서 입수한 금융위 예산안·기금운용계획안 예산소위 심사자료에 따르면 금융위는 올해 9억원이던 소송 수행 비용을 내년 예산안에 11억원으로 높여 책정했다.
소송 수행 비용이란 금융위를 상대로 한 소송의 소송 대리인에게 변호사 선임료 등 소송 수행을 위한 비용을 지급하는 사업을 뜻한다. 금융위 내부엔 소송을 전담하는 변호사가 있지만 인력이 부족하면 외부 소송 대리인을 선임해 소송을 맡는다.
금융위를 상대로 한 소송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21년 69건 ▲2022년 76건 ▲2023년 130건 ▲지난해 148건 등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소송별 제기 건수를 살펴보면 행정소송 82건, 국가소송 1건, 헌법재판 2건, 집행정지 42건으로 나타났다.
금융사뿐 아니라 일반 기업들의 불복 소송도 꾸준히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부터 주요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소송 대응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내부에서 제기됐다.
이에 금융위는 지난 5월 정례회의에서 소송사무처리 지침을 개정하고 이를 근거로 최근 기획재정부에 소송 관련 예산 증액을 신청했다.
금융위는 지침 개정을 통해 국가소송은 기존처럼 변호사보수 규정을 따르되 이 외 소송 사건은 별도 보수·자문 규정을 마련해 착수금 한도를 3000만원 이하로 상향했다. 소송위원회 의결을 거치면 3000만원을 초과해 지급할 수도 있다.
공개된 금융위 정례회의 회의록에 따르면 금융위원들은 지침 개정을 의결하며 “추세를 예측해 보면 3~5년 이내에 엄청나게 많은 소송 건이 생길 것 같다”며 “예산 전략을 짜고 인력을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해 입체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위의 경우 과징금 규모가 크니 소송도 많았지만 금융당국의 경우 감독 권한이 있어 가급적 소송으로 안 가거나 가더라도 인적 제재와 관련된 이슈에 한정됐다”면서도 “최근에는 금액이 커지다 보니 금융사 입장에서도 다툴 상황이 생기고 일반 기업 관련 이슈도 많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최근 불법 공매도, 대규모 금융 사고, 시장 교란, 미공개 정보 이용 등에 대한 과징금 부과 금액을 높였다. 이처럼 과징금 규모가 커지면서 불복 소송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금융위는 지난해 8월 외국계 금융사 케플러 슈브뢰가 제기한 불법공매도 과징금 취소소송 1심에서 패소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박정림 전 KB증권 대표가 제기한 직무정지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지난 4월에는 존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제기한 징계 취소 소송에서 각각 패소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