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 4년 8개월 만에 가장 올라

17일 서울 남산에서 시내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10·15 대책 발표 이전 아파트 매수세가 급증하면서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가 4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규제·대책의 반복 예고가 오히려 시장을 자극하는 학습효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한국부동산원이 공개한 공동주택 매매 실거래가 지수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는 2.75% 상승해 2021년 1월(3.15%)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실거래가 지수는 동일 단지·동일 주택형의 실제 거래가격 변동을 비교한 수치로, 시장 참가자들의 체감 가격 흐름을 반영한다. 이번 상승은 단순 기대감이 아니라 실제 거래 가격 자체가 높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

 

서울 실거래가 지수는 올해 6월(2.36%)까지 강세를 보였으나, 6·27 대출 규제로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6억 원으로 묶이자 7월(0.97%)과 8월(-0.02%)에는 약보합 양상으로 돌아선 바 있다. 그러나 9월 들어 9·7 공급 대책에 대한 실망감, 공공 공급 방식에 대한 불신,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가능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규제 전 매수 심리가 되살아났다는 분석이다. 대책이 시장 안정 대신 매수 타이밍을 자극하는 의도치 않은 효과를 낳았다는 점에서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권역별로는 동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이 3.85% 상승해 가장 큰 폭을 보였다. 이는 2020년 7월(4.68%)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이어 서북권(마포·서대문·은평)이 3.11%, 동북권(성동·광진 등)이 2.48%, 서남권(영등포·양천·동작 등)이 2.39% 올랐으며 도심권(용산·종로·중구)도 2.48% 상승했다. 고가 단지 중심의 강남권이 먼저 뛰고 주변 지역으로 확산하는 전형적인 불안 심리 확산 흐름이 반복된 셈이다.

 

수도권 전체 실거래가 지수도 서울과 경기(1.36%) 상승의 영향으로 1.69% 올랐고, 지방은 0.35% 상승했다. 이에 따라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는 1.09% 올라 2021년 9월(1.93%)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상승 흐름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원이 지난달 말까지의 신고 기준으로 산정한 10월 잠정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는 1.48% 상승으로 집계됐고, 전국도 0.64%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10·15 대책 발표 이후 토지거래허가구역이 20일 확대되기 전 강북권을 중심으로 급매 소진 현상도 나타난 만큼 최종 지수는 일부 조정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대책 발표 직전마다 나타나는 단기 매수세 급등은 정책이 시장 수요를 누그러뜨리는 대신 오히려 ‘시간 제한’을 만들어 투기적 수요를 자극하는 구조가 반복된 것”이라며 “공급·규제·금융정책이 일관되지 않으면 실수요자의 혼란만 커질 뿐 안정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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