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효자 노릇’ 톡톡… 경주 찾은 외국인들, 지갑 열고 열고 또 열었다

-하나카드 결제 데이터 분석해보니… 1년 전보다 소비액 3배 급증
-정상회의 끝난 뒤에도 활기… “관광특수 당분간 이어질 듯” 기대

최근 경주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곁으로  APEC 정상회의 관련 현수막이 보이고 있다. 뉴시스

 

 “APEC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합니다.”

 

 18일 경북 경주시의 황리단길에서 치킨 매장을 운영하는 점주 A씨의 말이다. 최근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정상회의를 전후로 외국인 손님이 크게 늘었다는 A씨는 “매장이 넓지 않아서 매출이 엄청 늘어난 건 아니”라면서도 “외국인들이 입 주변에 치킨 양념을 묻혀가며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괜스레 기분이 좋더라”며 웃었다.

 

 경주를 찾은 외국인 방문객의 급증은 카드결제 데이터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하나카드의 신용카드 및 체크카드 내역 분석에 따르면 APEC 정상회의를 전후(10월 27일~11월 2일)로 경주 지역에서 외국인들이 사용한 카드 승인 금액은 32억2000만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0억4000만원)보다 3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해당 기간 카드 승인 건수도 4만1322건으로 1년 전(2만69건)보다 2배 넘게 뛰었다.

 

 특히 뷰티 업종 카드 승인금액은 1억200만원으로 1년 전(2500만원)보다 4배 이상으로 늘었다. 최근 세계적 인기를 끄는 K-뷰티의 위력이 확인된 셈이다. APEC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식 수행원으로 동행한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한국 화장품들을 다양하게 구매한 뒤 인증샷을 SNS에 올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수행원으로 방한, K-화장품 구매 인증샷을 올린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의 인스타그램 갈무리.

 

 호텔 업종에서 쓴 금액은 17억5600만원으로 지난해(5억3700만원)의 3배 수준으로 뛰었다. 음식점(3억7700만원)과 편의점(8600만원) 결제 금액도 1년 전보다 각각 114%·160% 가량 늘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선물 받고 “맛있다”고 언급한 황남빵 판매점도 외국인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APEC 종료 이후인 지난 3일부터 9일까지 경주 지역 외국인 카드 승인금액 역시 13억3000만원으로 전년 동기(9억원)보다 약 4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카드 승인 건수도 2만7939건으로 지난해(1만8885건)보다 1만 건 가까이 늘었다. APEC을 통해 촉발된 관광특수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도는 배경이다.

 

 34년 경주 토박이인 직장인 B씨는 이날 “요즘도 외국인들이 많이 보인다.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 뿐 아니라 생소한 외국어도 자주 들려온다”며 “한국과 경주에 대한 이미지를 위해 평소보다 행동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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