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앞두고 당시 대통령 경호처 직원들에게 ‘경호처가 총기를 소지한 것을 보여주면 경찰이 두려워할 것’이라는 취지로 언급했다는 법정 증언이 또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백대현 부장판사)는 18일 윤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속행 공판을 열고 김모 경호처 경호정보부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윤 전 대통령이 지난 1월 11일 수사기관의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앞두고 경호처 직원들과 가진 오찬에서 한 말들이 또 한 번 공개됐다.
당시 오찬에는 윤 전 대통령과 강의구 전 부속실장, 김정환 전 수행실장,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 이광우 전 경호본부장과 부장급 경호공무원 등 모두 9명이 참석했다. 김 부장은 당시 오찬이 박종준 전 경호처장 사임 후 직원들이 동요하는 분위기 속에 잡힌 일정이었다고 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이 ‘총기를 휴대하면 약간 부담스럽고 함부로 못 들어올 것’이라고 말씀하셨다”며 “공수처나 경찰들이 하는 과정은 다 불법이고 수색이 금지된 구역에 오는 건 다 위법하기 때문에 여러분들은 정당하고 옳은 일을 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말씀하셨다”고 밝혔다.
내란 특별검사팀이 공개한 김 부장의 특검 진술조서에는 윤 전 대통령이 “경찰들은 경호처에 비해서 총도 잘 못 쏘고, 총기를 잘 못 다루고 전문성이 떨어진다”며 “총기를 소지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면 경찰들이 두려워할 거다. 총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경호처에서 훈련했던 영상들을 언론에 배포하라”고 언급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조서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또 “체포영장은 불법 영장이기 때문에 경호처 직원들이 영장 집행을 막더라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나에 대한 지지율이 조금씩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설 명절까지만 잘 버틴다면 전부 해결될 것”이라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아울러 윤 전 대통령은 공수처의 수사권 문제, 관할권이 없는 서울서부지법의 영장 발부 문제 등도 언급하며 “전부 불법 영장이고, 나중에 전부 기각될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윤 전 대통령이 당시 오찬에서 위력순찰과 위협사격을 언급했다는 증언도 재차 나왔다. 앞서 지난 14일 재판에 출석한 이모 전 경호처 부장은 당시 윤 전 대통령 주재 오찬에 참석한 뒤 윤 전 대통령이 발언한 내용을 기록해뒀는데, 공개된 메모에는 위력순찰, 위협사격, 미사일 같은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날 김 부장도 특검팀이 “윤 전 대통령이 (공수처가) ‘밀고 들어오면 아작난다고 느끼게 위력 순찰을 해라’고 지시한 것을 들었느냐”는 질문에 “아작난다는 표현은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며 “여하튼 그런 취지로 말씀하셨다”고 답했다.
특검팀이 “윤 전 대통령이 ‘여기는 미사일도 있다. 들어오면 부숴버려라’라고 한 것도 들었느냐”고 묻자 “공중도 대비해야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있었다”고도 말했다. 김 부장은 “(헬기가) 들어오면 위협사격을 하라는 윤 전 대통령 말을 들었느냐”고 묻는 말에는 “위협사격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취지로 이야기했다”고 했다.
그는 공수처의 2차 체포영장 집행 당시 경호정보부에 집행 저지를 하지 않도록 지침을 내린 것과 관련해서는 “박종준 전 경호처장이 사표를 냈고, 김성훈 전 차장이 지휘하는 데 대해 점점 직원들이 신뢰를 잃어가고 있었다”며 “과연 우리 조직이 하고 있는 게 맞는지(를 생각했다.) 제가 볼 때 이건 아닌 것 같아서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김 부장은 경호처 직원들이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기 위해 비상근무를 하는 상황을 알고 있었을 것 같다는 증언도 했다. 그는 "정확한 것은 모르겠는데 (영부인이) 과일도 내려주시고 고생한다고 했다"며 "그걸 보고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부장은 당시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이 경호처 직원들에게 “너희들이 하는 일련의 과정들은 다 정당한 행위이고, 법 집행 행위”라며 “우리가 변호해줄 수 있다”는 취지의 언급도 했다고 증언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반대신문에서 “지난 1월 윤 전 대통령이 오찬에서 말한 내용을 지난 7월 특검에서 진술했는데, 7개월 지난 시점에서 정확히 기억하는 이유가 있느냐”고 증언 내용의 신빙성을 공격하기도 했다. 이에 김 부장은 “제가 기억한 부분만 말씀드렸다”며 “(진술 조서에 적힌) 뉘앙스로 이야기했고, 전반적인 취지는 맞는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또 “위협사격이라는 워딩은 특검 조사에서 없었던 것 같은데, 누가 한 것이냐”고 확인했고, 김 부장은 “김 전 경호처 차장이 했는지, 윤 전 대통령이 했는지 그건 정확히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최근 재판에 출석해 증인들에게 직접 적극적으로 증인신문을 하던 윤 전 대통령은 이날은 발언하지 않았고, 오후에는 건강상 이유를 들어 퇴정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