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 대형 증권사를 글로벌 투자은행(IB) 수준으로 키우기 위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를 손질했다. 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키움증권을 새 종투사로 지정하고,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 자금을 모험자본으로 흘려보내는 규제를 강화하며 ‘한국판 골드만삭스’ 육성 드라이브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1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전날 이러한 내용의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개정안은 오는 25~27일 중 공포·시행될 예정이다.
시행령 개정안은 종투사가 발행어음·IMA로 조달한 자금의 25%를 모험자본에 투자하도록 의무화했다. 의무비율은 2026년 10%, 2027년 20%, 2028년 25%로 단계적으로 상향된다.
종투사는 증권사의 대형화 유도 및 리스크 관리를 위해 자기자본 규모(3조원·4조원·8조원)가 큰 증권사 중에서 기업금융(IB)과 투자 업무를 종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정한 기관이다.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수행할 수 있는 업무 범위도 다르다. 기업에 자금을 빌려주고, 투자상품을 만들며 발행어음·IMA 등을 운영하는 등 시장에서보다 큰 역할을 하도록 만들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을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종투사로, 키움증권을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종투사로 지정했고 키움증권은 올해 안에 발행어음도 출시할 예정이다.
모험자본 범위는 중소·벤처기업이 발행한 증권과 대출채권, A등급 이하 회사채(대기업 계열 제외), 상생결제 외상매출채권, 벤처투자조합 및 신기사조합 출자, 모태펀드와 코스닥벤처펀드 등 다양한 투자처가 포함된다. 또 이번 개정으로 국민성장펀드의 첨단전략산업기금과 중소기업 성장지원 투자회사(BDC) 투자도 새롭게 인정됐다.
종투사가 발행어음·IMA 자금을 부동산 관련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비중은 기존 30%에서 10%로 축소됐다. 부동산 편중 운용을 줄이고 생산적 투자로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종투사의 기업금융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전담중개업무 대상도 확대된다. 기존 금융기관·공제·펀드에 한정됐던 범위가 벤처투자조합, 신기술조합, 리츠(REITs)까지 넓어지며, 종투사 지정 요건도 자기자본 충족 기간, 대주주 적격성, 사업계획 등 평가 요소가 강화됐다.
해외 자금조달과 대차거래 편의를 위해 외화증권의 예탁결제원 집중예탁 의무 예외도 확대됐다. 해외 기관에서 외화 조달이 필요한 경우나 외국 보관기관을 통한 증권 대처거래 시 예외가 허용된다.
아울러 기관투자자의 코스닥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종투사의 코스닥 기업 분석·리서치 역할도 강화된다. 이번에 지정된 종투사는 코스닥 기업전담 리서치 조직을 확대하고, 분석 대상기업·리서치 보고서 수 등을 넓히는 등 자체 계획을 수립했다.
금융당국은 금융투자협회, 종투사, 자본시장연구원으로 구성된 민·관 협의체를 마련하고 종투사의 모험자본 공급 실적을 분기별로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또 종투사 추가 지정의 경우 심사가 마무리 되는 대로 관련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계획이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