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이 올해 글로벌 조선 시장의 신규 선박 발주가 크게 감소하는 등 악조건 속에서도 양호한 수주 실적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대로 떨어졌던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 점유율도 20%대를 회복할 전망이다.
28일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11월 글로벌 조선 시장의 누적 발주량은 4499만CGT(표준선 환산톤수·1627척)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줄었다. 미국의 관세 정책 등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둔화와 고금리, 통상 불확실성으로 선박 발주 심리가 위축된 결과로 분석된다.
한국은 올해 1003만CGT(223척)를 수주해 점유율 22%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 감소한 수치다. 다만 경쟁국인 중국(2664만CGT)의 수주량이 47%나 줄어 거의 반 토막 난 것을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이로써 올해 한국 조선업계의 글로벌 수주 비율은 20%대를 다시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조선업계는 지난해 1098만CGT를 수주해 점유율이 2016년 이후 최저인 17%로 떨어진 바 있다.
국내 조선업계 ‘빅3’(HD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한화오션)도 호실적을 거뒀다. 이는 입항 수수료 등 미국의 중국 조선업 견제 조치로 일부 발주량이 한국으로 향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HD현대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HD현대중공업·HD현대삼호)은 올해 현재까지 총 129척으로 181억6000만 달러(약 26조원)를 수주해 연간 수주 목표(180억5000만 달러)를 이미 넘어섰다. 지난해 수주량(209억2000만 달러)보다는 13% 줄었으나 이는 독(건조공간) 포화에 따른 선별 수주 여파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아울러 HD한국조선해양은 2021년 이래 5년 연속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한화오션은 현재까지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20척,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3척 등 98억3000만 달러(약 14조원)를 수주해 지난해 수주량인 89억8000만 달러(약 13조원)를 초과하는 실적을 기록 중이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들어 LNG운반선 9척, 셔틀탱커 9척, 컨테이너운반선 9척, 에탄운반선 2척, 원유운반선 11척, 해양생산설비 예비작업계약 1기 등 총 74억 달러(약 10조원) 규모를 수주했다. 이는 올해 수주 목표인 98억 달러(약 14조원)의 76%에 불과하지만 추후 해양플랜트 추가 수주가 예정돼 나쁘지 않은 성적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다만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글로벌 선박 발주량 감소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터라 국내 조선업계가 장기적인 업황 부진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해운·조선업 2025년 3분기 동향 및 2026년도 전망'에 따르면 내년 글로벌 신조선 발주량은 올해보다 14.6% 줄어든 3500만CGT로 전망됐고, 국내 수주량은 6.6% 감소한 900만CGT로 예측됐다. 보고서는 “내년 수주가 다소 부진하더라도 국내 조선사의 운영에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신조선가 하락이 지속하고 발주량이 부족한 상황이 수년간 지속할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