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7000억 달러 시대 개막

부산 남구 신선대 부두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뉴시스

 

산업통상부와 관세청은 29일 오후 올해 연간 누계 수출액이 7000억 달러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가 연간 수출 7000억 달러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출 7000억 달러 달성은 2018년 6000억 달러 이후 7년 만에 이룬 성과로 세계에서 여섯 번째다. 우리나라는 6000억 달러 달성 때는 세계 일곱 번째였으나 7000억 달러에서는 한 단계 순위를 끌어올렸다. 정부는 “수출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다시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이번 성과가 미국의 관세 정책,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불리한 통상 환경 속에서 거둔 결과라는 점에 의미를 뒀다. 통상 여건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기업들이 대응 전략을 모색하며 위기를 기회로 전환했고, 이를 통해 우리 산업과 기업의 대응 역량과 경쟁력을 재확인했다는 설명이다.

 

내수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수출은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구조상 무역수지 흑자를 통해 대외 건전성과 금융시장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수출 확대의 효과가 크다고 정부는 분석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우리 수출은 올해 초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감소세를 보였으나 시장 신뢰 회복과 대미 관세 문제 등 주요 통상 현안이 정리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그 결과 6월부터는 6개월 연속으로 해당 월 기준 수출 실적 최대치를 기록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가 수출을 견인한 가운데 자동차, 선박, 바이오 등 주력 제조업도 견조한 흐름을 유지했다. 여기에 K-푸드, 화장품 등 소비재와 전기기기 등 유망 품목이 새 수출 축으로 자리잡으면서 수출 구조가 점차 다변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수출 지역별 구성을 보면 미국과 중국 비중은 줄어든 반면, 아세안, 유럽연합(EU), 중남미 지역 비중은 늘어났다. 이는 특정 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교역 상대국을 넓히려는 정책 기조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9월까지 수출 중소기업의 수출액과 참여 기업 수가 모두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수출 기반도 확대됐다.

 

수출 실적 개선과 함께 외국인직접투자도 사상 최대 실적 경신이 유력한 상황이다.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14.6% 감소했지만, 하반기 들어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투자가 크게 늘었다. 이로써 2024년 기록한 종전 연간 최대 실적 345억7000만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한 업계 전문가는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은 의미 있는 성과지만 반도체·자동차 등 일부 주력 산업에 성과가 쏠려 있어 구조적 체질 개선과는 거리가 있다”며 “중소·중견기업 수출 기반 확대, 신산업·인재 투자 등 질적 성장 전략을 병행해야 지속 가능한 성장과 2년 연속 7000억 달러 목표가 현실성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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