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 드라마 쓴 코스피…상승률 70% ‘글로벌 1위’

코스피가 전 거래일(4220.56)보다 26.81포인트(0.64%) 내린 4193.75에 개장한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932.59)보다 3.60포인트(0.39%) 하락한 928.99에 거래를 시작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거래 종가(1429.8원)보다 3.7원 오른 1433.5원에 출발했다. 뉴시스

#40대 직장인이자 동학개미인 A씨는 요즘 통장 보는 맛에 산다. 올해 국내 증시가 급등하면서 수익률도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A씨는 “국장을 믿고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했는데 코스피가 4000선으로 수직상승했다. 덕분에 연말 보너스보다 더 벌었다”며 “지난해 미국 나스닥만 바라보던 친구들이 이제는 나를 부러워한다”고 웃어보였다. 그러면서 “이번 겨울에는 가족들과 유럽으로 여행을 갈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올해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연초부터 이어진 반도체 호황과 정부의 증시 부양책에 힘입어 코스피는 꿈의 지수로 불리던 4000선을 돌파했다. 특히 글로벌 주요 증시 중 압도적인 상승률 1위를 기록하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원년이 됐다는 평가다.

 

올해 마지막 거래일인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26.81포인트(0.64%) 내린 4,193.75, 코스닥은 3.60포인트(0.39%) 내린 928.99로 개장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수출 호조와 외국인 자금의 기록적인 유입에 힘입어 1430원대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해 국내 증시는 ‘반전드라마’ 그 자체였다. 지난해 말 까지만 해도 주요국 증시 상승률 하위권을 맴돌았지만, 불과 1년 만에 주인공으로 올라섰다. 코스피는 지난 29일 기준 4220.56으로 지난해 말 종가(2399.49) 대비 75.89% 상승했다. 1987년(93%)과 1999년(83%)에 이어 역대 상승률 3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932.59로 마감한 코스닥 수익률(37.51%) 역시 글로벌 기준 상위권에 위치해 있다. 정부의 활성화 정책 기대감 등에 힘입어 막판 뒷심을 발휘했다. 

 

같은 기간 미 뉴욕 증시 수익률은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14.49%,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14.49%였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도 22.18%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일본 닛케이255 지수와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는 각각 26.65%와 18.30% 올랐다. 대만 가권지수 상승률도 25.07%였다.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은 “올해 가장 놀라운 성과를 낸 시장은 단연 한국”이라며 코스피 상승률(약 70%)을 ‘올해의 금융 거래’ 주요 사례로 꼽았다.

 

국내 증시 분위기가 전환된 계기는 6월 조기 대선이었다. 6월20일 3021.84에 마감해 3년 6개월 만에 처음 3000선을 넘은 코스피는 이로부터 약 4개월만인 10월 27일 장중 4000선을 뛰어넘는 새 역사를 썼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자 국장을 떠났던 외국인들이 대거 복귀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장주를 중심으로 ‘바이 코리아(Buy Korea)’ 행렬을 이어갔다. 11월 3일에는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인 4221.87까지 상승폭을 확대하면서 1980년 코스피 출범 후 45년 만에 전인미답의 영역에 발을 디뎠다. 올해 장중 사상 최고치는 같은 달 4일의 4,226.75다.

 

증권가는 내년 전망도 낙관하고 있다. 기업들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구조적으로 레벨업 된 데다, 주주 환원 정책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은 있을 수 있겠지만, 기업 실적 호조가 뒷받침되고 있어 상승 추세는 꺾이지 않을 전망”이라며 “내년에는 코스피 5000시대에 도전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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