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한 국회의 연석 청문회가 2025년 마지막 날인 31일까지 이어졌다. 청문 위원들은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의 전날 답변 태도에 대해 날 선 질의를 쏟아냈다. 쿠팡의 셀프 조사 논란과 소비자 보상안에 대해서도 후속 조치를 요구하는 의견도 빗발쳤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더불어민주당 소속 위원들은 로저스 대표를 향해 “안하무인”, “오만방자한 외국인”이라고 비판하며 사과를 요구했다. 로저스 대표의 위증 혐의 고발, 국정조사 추진 등 후속 조치 필요성도 강조했다.
전날 로저스 대표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한 쿠팡의 조사와 피의자 접촉에 대해 “한국 정부의 지시에 따랐다”며 “국가정보원이 공개적으로 함께했고 소통했다. 포렌식 카피를 만들어 전달했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이에 대해 위증이라고 반박하며 국회에 고발을 요청했다.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로저스 대표의 위증 고발에 더해 창업주인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 등 핵심 증인들의 불출석을 거론하며 “(조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정조사 요구서는 지금까지 75명 의원의 서명을 받았고 반드시 제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저스 대표는 질타가 쏟아지자 “한국 국회와 본 위원회에 대해 깊은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며 “제 답이 완벽히 통역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이어 “제게 위증이라고 하는데 통역사들이 제 답에 대해 완전히 통역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로저스 대표는 전날에도 동시통역기 착용 여부 등 통역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쿠팡이 발표한 자체 조사 결과와 관련해 국정원 지시로 유출자의 노트북 포렌식을 시행했다는 것을 입증할 신뢰성있는 자료를 제출하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이는 민간기업과 정부가 협력해서 성공한 사례”라고 답했다.
앞서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유출 용의자인 전 직원의 진술과 자체 포렌식 조사 결과를 토대로 실제로 유출된 계정이 3000개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29일에는 해당 내용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도 그대로 공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에서 쿠팡은 이번 쿠팡의 조사가 자체 조사가 아니었으며 유출자와의 접촉을 비롯한 조사 과정 전반이 정부 요청과 지시 하에 이뤄졌다는 내용이 담겼다.
쿠팡이 중국에서 정보 유출자와 접촉한 일과 관련해 ‘국정원이 용의자 접촉을 지시했느냐’는 질문에 이재걸 쿠팡 법무담당 부사장은 “저희는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국정원이 자체적으로 회수한 물품에 대해 포렌식 하라고 지시했느냐’는 질의에는 “허용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언급했다. 포렌식 비용과 국정원 직원의 입회 여부에 대해서는 “쿠팡 측이 비용을 지불했으며 포렌식 과정에 국정원 직원은 입회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로저스 대표는 정보 유출자의 범행동기에 대해 “회사에서 퇴직당한 데에 앙심을 품고 회사에 보복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로저스 대표는 쿠팡이 정보유출 사태 보상안으로 제공하는 플랫폼 이용권에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조건을 포함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부인했다. 그는 보상에 민형사 소송을 하지 않는다는 약관을 포함할 것이냐는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이용권에는 조건이 없다”고 답했다. 추후 손해배상 소송이 벌어질 경우 보상안을 근거로 감액을 추진할 것이냐는 질의에는 “소송을 한다면 이것은 감경 요인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쿠팡은 쿠팡 전 상품(5000원), 쿠팡이츠(5000원), 쿠팡트래블 상품(2만원), 알럭스 상품(2만원) 등 1인당 5만원 상당의 보상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전날에 이어 쿠팡의 노동환경과 산재 사망 사고에 대한 질의도 이뤄졌다. 로저스 대표는 택배 야간 근무 어려움을 알기 위해 물류센터에서 같이 일해보자는 염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제안에 “함께 배송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로저스 대표는 “저는 몇 번 그런 경험이 있다. 의원도 같이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