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가 지난해 고금리 장기화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합산 18조원에 육박하는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러한 호실적을 바탕으로 4대 금융지주는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규모를 대폭 늘리며 주주환원율을 50%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4대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 합계는 17조9588억원으로 전년 대비 9.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기존 최대 실적이었던 2024년(16조4205억원) 기록을 넘어선 수치로, 이자 이익의 견조한 성장과 더불어 비이자 부문의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특히 리딩뱅크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핵심 계열사인 은행의 안정적인 수익 창출 능력과 증권·보험 등 비은행 부문의 약진이 그룹 전체의 호실적을 견인했다. 4대 금융그룹 총 비이자이익은 12조7562억원으로 전년(10조9390억원) 대비 16.7% 증가했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 가장 눈여겨 볼 점은 단연 주주환원 정책의 질적·양적 성장이다. 과거 단순히 배당금을 늘리는 수준에 머물렀던 주주환원책은 이제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라는 보다 적극적이고 선진적인 형태로 진화했다.
앞서 4대 금융지주는 일제히 이사회를 통해 대규모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계획을 의결했다. 이는 유통 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치를 직접적으로 높이는 효과가 있어 주주들에게는 최고의 환원책으로 꼽힌다. 또한 총주주환원율 목표치를 중장기적으로 50%까지 확대하겠다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 실제로 일부 지주는 이미 총주주환원율 40%를 넘어서거나 이에 근접하는 수치를 기록하며 목표 달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KB금융의 지난해 결산배당금은 주당 1605원으로,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급된 분기별 현금배당 등을 포함한 현금배당액은 역대 최고 수준인 1조5800억원으로 연간 배당성향 또한 27%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주주환원율은 52.4%로 2024년 39.8% 대비 크게 상승했다. 1차 주주환원 재원도 역대 최대인 총 2조8200억원 규모로, 이를 현금배당 및 자기주식 취득에 각각 1조6200억원, 1조2000억원을 활용할 계획이다. KB금융은 “자본준비금 감액에 따른 비과세 배당 추진 등을 통해 KB가 ‘국민 배당주’로 자리매김 할 것”이라고 전했다.
신한금융 역시 총 현금배당 1조2500억원과 자기주식 취득 1조2500억원을 포함한 총주주환원금액은 2조5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주주환원율은 50.2%로 당초 2027년 목표를 조기에 달성했다.
이러한 주주 친화적 바람은 지방 금융지주로도 확산하고 있다. BNK, JB, iM 등 주요 지방 금융지주들 역시 견조한 실적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주주환원 대열에 합류했다. 이들은 시중은행 못지않은 자본 비율과 수익성을 앞세워 내년까지 주주환원율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내세웠다. 이는 지방 금융지주가 단순히 지역 거점 은행에 머무르지 않고, 주주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전국구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금융권은 이번 실적과 주주환원 정책이 국내 은행주의 재평가를 이끄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상생 금융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부동산 PF 등 잠재적 리스크 관리를 위한 충당금 적립 이슈가 여전한 만큼, 건전성 관리와 주주환원 사이의 균형이 앞으로의 주가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