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금융에 밀린 영업점…지난해 5대 은행 94곳 셔터 내렸다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 ATM 기기 모습. 뉴시스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 ATM 기기 모습. 뉴시스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 바람 속에서 시중 은행들의 오프라인 영업점 줄이기가 가속화되고 있다. 은행들은 최근 1년 새 거점 영업점을 중심으로 인근 소형 영업점을 통폐합하거나, 디지털 데스크 등을 도입해 인력을 최소화했다. 5개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국내 영업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전년 대비 94개나 사라졌다. 통계상으로 3~4일에 하나꼴로 주변의 은행이 문을 닫은 것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영업점은 지난해 말 기준 3748개로 집계됐다. 2020년 말(4424개)과 비교하면 불과 5년 만에 676개의 점포가 통·폐합됐다. 은행별로 최근 1년간 영업점 증감현황을 살펴보면 신한은행이 43개로 가장 많이 줄었고, KB국민은행 29개, 우리은행 28개로 뒤를 이었다. 하나은행은 6개 늘었으며, 농협은행은 변동이 없었다.

 

이러한 영업점의 통폐합은 비대면 거래 확산에 따른 것이다. 스마트폰 뱅킹 앱 하나면 예·적금 가입은 물론 대출 실행, 외화 환전까지 가능해지면서 굳이 영업점을 방문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입·출금과 같은 단순 업무를 위해 창구를 찾는 고객이 급감한 상황에서, 임대료와 인건비 등 막대한 고정비가 드는 영업점을 유지하는 것은 경영 효율성 측면에서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은행권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상황에서 영업점 줄이기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4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의 지난해 순이익은 13조 9919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순이익 대부분은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이에서 발생한 이자이익이다. 막대한 수익을 낸 만큼 금융 소비자 편의와 공공성을 위해 일정 부분 비용을 감내할 여력이 충분한데도 불구하고 비대면 채널 확장에만 집중하고 돈이 되지 않는 오프라인 창구는 축소하는 경영 전략이 금융 서비스의 질적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영업점 축소의 충격은 고스란히 디지털 취약계층에게 전가되고 있다. 스마트폰 앱 사용이 서투른 고령층이나 장애인, 농어촌 지역 거주자들에게는 여전히 대면 상담이 필수적이거나 디지털 기기 접근이 어려운 계층에게 은행 점포는 대체 불가능한 필수 시설이다. 또한 동네 은행이 사라지면 이들은 버스를 타고 옆 동네, 혹은 옆 도시로 원정 금융을 떠나야 한다. 실제로 점포가 폐쇄된 지역의 어르신들이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앞에서 쩔쩔매거나, 단순 업무를 위해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등 불편 사항이 다수 접수되기도 했다.

 

은행들도 고령층 특화 점포를 개설하거나 우체국과의 업무 제휴, 편의점 점포 도입 등 대안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들은 폐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또한 전문적인 상담이나 보안이 필요한 업무를 처리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디지털 전환이라는 흐름 자체를 거스를 수는 없지만 급격한 영업점 축소로 인해 금융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속도 조절과 함께 실효성 있는 보완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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