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산업혁명’ 돌입] 4대 그룹, 로봇 중심 신사업 추진 잰걸음

주요 계열사 힘 모아 로봇사업 집중적으로 육성
잠재력 큰 기업 지분 인수 통해 역량 강화하기도

보스턴다이나믹스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 현대차그룹 제공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미래 먹거리로 각광받고 있는 로봇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계열사 역량을 모아 로봇 사업을 집중 육성하는가 하면, 막강한 자본력을 통한 전문기업 지분을 인수하기도 한다. 향후 산업 생태계 확대, 기술혁신 가속화, 새 비즈니스 창출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은 국내 주요 대기업 집단 중 로봇 사업에 가장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주요 계열사들 모두 향후 가장 큰 먹거리 중 하나로 로보틱스를 점찍었다. 현대차와 기아의 생산 공장에서 쌓인 데이터가 휴머노이드·자율주행 로봇의 인공지능(AI) 학습 데이터로 쓰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일찌감치 로봇 사업을 강화할 토대를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그룹이 2021년 지분을 인수한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신기술 개발 등을 통해 휴머노이드 로봇 구현을 구체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최근 CES 2026에서 첫 공개된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은 자율 학습 능력과 다양한 작업 환경에 대응 가능한 유연성을 갖췄다. 최대 50㎏의 하중을 들어올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영하 20℃에서 영상 40℃의 환경에서도 모든 기능이 작동한다. 아틀라스는 오는 2028년부터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등 생산 거점에 투입되는 상용화 단계를 밟을 전망이다. 현대모비스는 자사의 로보틱스 첫 고객사인 보스턴다이나믹스에 공급할 액추에이터를 대량 양산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향후 고성능 로보틱스 부품으로 설계역량을 넓힌다는 포부다. 현대로템은 차세대 전차와 장갑차, 다목적 무인차량(HR-셰르파) 등 라인업에 AI 기반 자율주행과 군집 제어 능력을 탑재하고 다족보행로봇 연구개발을 확대할 방침이다.

 

 삼성전자 역시 미래 유망 사업의 하나로 로봇 분야를 선정하고 사업화를 진행 중이다. 앞서 2022년부터 정규 조직인 ‘로봇사업팀’을 출범시키면서 로봇 핵심기술 확보 및 폼팩터 다양화를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는 2023년엔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율을 종전 14.7%에서 35.0%로 늘리며 최대주주에 올랐고 지난해 3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기업결합을 승인받았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국내 최초의 이족 보행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를 개발한 휴보 랩 연구진이 2011년 설립한 회사다. 삼성전자는 사업결합에 대해 “삼성전자가 보유한 AI 및 소프트웨어기술과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로봇기술을 접목해 첨단 미래 로봇개발을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준비해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삼성중공업, 삼성웰스토리, 삼성디스플레이 등 주요 삼성 계열사와 협업 범위를 넓혀나가고 있다.

 

 SK그룹의 로봇 분야 전략은 주요 계열사의 제조 공정 자동화, 유망로봇기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 등의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SK그룹은 SK텔레콤을 중심으로 5G 모바일 에지 컴퓨팅(MEC) 기반의 클라우드 플랫폼을 로봇에 적용해 자율주행, 보안, 안내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SK하이닉스는 로봇을 통해 생산시설 내 안전 관리 역할을 수행한다. 이 회사의 4족 보행로봇 ‘가온’은 이천 캠퍼스 안전 관리를 맡고 있다. 자체적으로 공장을 순찰하며 가스 누출 여부, 온도 이상 등을 탐지한다. 주요 로봇 기업에 대한 투자도 진행 중이다. SK온은 자회사 SK배터리 아메리카를 통해 산업용 로봇 기업 유일로보틱스에 13.19%의 지분을 보유 중이고, SK텔레콤은 AI 비전 기반 로봇 기업 씨메스 지분 6.6%를 보유하고 있다.

 

 LG전자는 중장기적으론 로봇 사업을 통해 자사가 보유한 디스플레이, 모터·구동, 센서 등의 경쟁력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이 회사는 CES 2026에서 로봇용 액추에이터 브랜드 ‘악시움’을 처음 공개했다. 액추에이터는 회전력을 만드는 모터, 전기 신호를 제어하는 드라이버, 속도를 조절하는 감속기 등을 합친 모듈로 로봇의 관절 역할을 한다. 로봇 제조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부품으로 피지컬 AI 시대에 유망한 후방 산업 분야로 꼽힌다. 휴머노이드 로봇 한 대에 많게는 수십 종의 액추에이터가 필요한 만큼, LG전자의 모듈형 설계 기술 또한 맞춤형 다품종 생산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LG 클로이드가 세탁 완료된 수건을 개켜 정리하는 모습. LG전자 제공

 

 이 회사는 ‘LG 클로이드’를 통해 가정용 로봇의 방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류재철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로봇 사업과 관련해 “가정용은 물론 상업용, 산업용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