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대전환을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인공지능(AI)을 지목하고, AI 산업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괴물 칩’ 생산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22일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전날부터 이틀간 워싱턴 DC에서 최종현학술원 주최로 열린 제5회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TPD) 환영사에서 SK하이닉스의 주력 제품인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괴물 칩으로 부르며 “가장 진보된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HBM은 D램 칩을 쌓아 높은 대역폭을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에 공급해 더 큰 연산 성능을 내도록 하는 메모리 기술이다. 최 회장이 언급한 제품은 16개 칩을 적층한 최신 HBM 4세대다.
최 회장은 “요즘 이 괴물 칩이야말로 우리 회사에 진짜 큰돈을 벌어다 주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AI 기업들의 수요 폭증에 따른 HBM 부족 현상이 전혀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HBM의 마진은 60%인데, 일반 칩의 마진은 80%”라며 “이것이 하나의 왜곡”이라고 지적했다. 비 AI 메모리 공급이 줄면서 마진 역전 현상 등 시장에 여러 가지 문제를 파생하고 있다는 게 최 회장의 설명이다. 이처럼 가격과 마진율 등의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장밋빛 전망을 맹신해서는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이 1000억 달러(약 144조8500억원)을 넘을 수도 있다”면서도 “반대로 이는 1000억 달러의 손실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신기술은 하나의 다른 해결책일 수 있지만, 또한 모든 것을 없앨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최 회장은 또 “AI가 우리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 전기를 사실상 다 집어삼키고 있다”고 언급하며 “그래서 우리는 AI 데이터센터와 발전소를 함께 짓는 새로운 솔루션을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전력 수요를 제대로 맞추지 못한다면, 그 결과는 재난이 될 것”이라며 “에너지는 또 하나의 큰 문제이자, 사회 전체의 큰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최 회장은 “AI 대전환기 속에서 이제는 도전 과제를 파악하는데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해법을 만들어 가야 할 때”라며 “한·미·일 3국의 긴밀한 협력은 새로운 시대를 여는 강력한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AI 인프라를 만들려면 에너지 없이는 불가능한 상황이 됐으니 신 에너지원이 필요하다”며 “그걸 만들어내는 계획을 장기적으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매출 전망에 대한 질문에는 “이러다가 다음달 가면 반으로 줄었다고 할 수도 있는 것”이라며 “시시각각 계속 변하고 있고, 1년짜리 계획을 짜는 것조차 별로 의미가 없을 상황으로 돌고 있다. 1년이라는 시간에도 연초와 연말은 너무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 본다”고 언급했다.
최종현학술원이 주최하는 TPD는 한미일 전·현직 고위 관료와 세계적 석학, 싱크탱크, 재계 인사들이 모여 동북아와 태평양 지역의 국제 현안을 논의하고 경제·안보 협력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다. 2021년 시작돼 올해 5회째를 맞았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