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클로드’ 운영사인 미국 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에 조 단위의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성장 가능성이 큰 AI 기업에 핵심 파트너로 참여함과 동시에 향후 미래 투자 수익을 노리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최근 자사 뉴스룸에 시리즈 H 펀딩에서 650억 달러를 유치했다고 공지했다. 크리슈나 라오 앤트로픽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우리는 현재 경험하고 있는 전례 없는 수요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면서 “또 최첨단 연구를 지속하며 더 많은 업무 공간에 클로드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투자 유치 후 앤트로픽의 기업차기는 9650억 달러로 늘었다.
특히 앤트로픽은 이번 투자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전략적 인프라 파트너들도 합류했다고 전했다. 앤트로픽은 이에 대해 “(세 회사는) 스토리지 및 로직 칩 공급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술을 제공할 것”이라면서 “클로드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이러한 협력 관계를 통해 고객이 필요로 하는 속도로 컴퓨팅 성능을 안정적으로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 하드웨어 및 반도체 분야에서 AI 에이전트 분야로 협업 관계를 확대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앤트로픽은 오픈AI의 대항마로 불릴 만큼 AI 에이전트 시장에서 잠재성이 큰 기업으로 평가된다. 이 회사는 클로드에 이어 ‘클로드 미토스’, ‘오퍼스4.8’ 등 새로운 버전 출시도 준비 중이다.
AI 에이전트 생태계에는 AI 데이터센터 기업들과 AI 칩 설계·제조 기업들이 광범위하게 포함돼있다. 앤트로픽은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최대 5GW(기가와트) 규모 신규 데이터센터 용량 확보 계약을 체결했고 구글 및 브로드컴과는 차세대 텐서처리장치(TPU) 기반 5GW 규모 컴퓨팅 인프라 구축에 합의하는 등 컴퓨팅 인프라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있다. 이에 이번 앤트로픽 투자에 구글은 수십억 달러, AWS는 50억 달러 규모로 참여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이번 투자 합류로 주요 하이퍼 스케일러들을 신규 고객사로 확보할 기회를 얻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하이퍼 스케일러 대표 기업인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웹서비스 등은 인프라 투자 규모를 크게 늘리고 있는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선 이들이 구축하는 데이터센터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납품할 여력이 커질 수 있다. 올해 하이퍼 스케일러들의 투자 전망치는 8000억 달러에 이른다.
이번 투자로 향후 앤트로픽의 성장에 따른 투자 수익도 기대해볼 만하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지난 2012년 차세대 노광기 개발 협력을 위해 글로벌 관련 업체인 ASML 지분 3.0%를 약 7000억원에 매입한 바 있다. 이후 2016년, 2023년, 2024년 순차 매각을 통해 8배가량의 이익을 거둔 바 있다. 삼성전자는 앤트로픽과 메모리뿐 아니라 파운드리, 패키징 등 반도체 전방위 분야에서 협력을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앤트로픽은 수주 내 서울사무소를 개소하고 기업 및 스타트업과의 파트너십 구축, 정부 및 연구 기관과의 협력을 비롯해 클로드를 통한 활발한 개발자 커뮤니티 구축 지원에 나선다. 크리스 차우리 앤트로픽 인터내셔널 총괄은 “한국은 클로드에 대한 열기가 가장 뜨거운 시장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앤트로픽은 지난 27일 최기영 스노우플레이크 한국 총괄을 서울사무소 신임 대표로 선임하기도 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