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는나이 마흔을 맞이한 1987년생이자 스무 살부터 자취 중인 미혼 남성인 동시에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산업부의 유통팀 소속 기자의 최근 영수증을 통해 트렌드를 알아봅니다. <편집자 주>
지방 소도시인 고향 경북 안동시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는 동안 카드라곤 전화카드뿐이었다. 2006년 대학 진학으로 상경하면서 두 가지가 추가됐다. 학생증을 겸한 체크카드, 그리고 교통카드. 안동에 없던 지하철을 탑승할 때는 현금이 아닌 교통카드를 반드시 써야 하는 만큼, 외출 시 절대 잊어선 안 되는 필수품이었다.
지하철역에서 판매하는 천편일률적인 교통카드가 대부분이었던 시절을 지나 2000년대 후반부터는 편의점에서 다양한 디자인의 교통카드가 진열되곤 했다. 2009년 구매한 ‘미키’ 교통카드를 근 15년간 사용했다. 2010년에 이미 스마트폰 모바일 교통카드가 대중화 됐지만 아날로그를 지향하는 인간이라 실물 교통카드를 고집했다.
그러다 수년 전 지갑을 잃어버리면서 당장 급해서 모바일 교통카드를 사용했는데 역시나 매우 편해서 그대로 눌러앉았다. 다시 낭만을 택하기엔 모바일 교통카드의 금액 충전 방식이 너무나도 간편했다.
즉슨, 수년째 모바일 교통카드를 쓰고 있지만 여전히 실물 교통카드를 종종 산다. 2024년에는 프로축구 K리그와 인기 캐릭터 산리오가 협업해 출시한 굿즈 중 교통카드가 있어서 구매했고, 올해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서 출시한 ‘역명판 교통카드’도 3종(서울역, 청량리역, 동대구역)을 샀다(https://m.segyebiz.com/newsView/20260112510173).
또 최근에는 티머니가 최근 출시한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 티머니카드’를 GS25 편의점에서 구매했다. 강아지(강아지가 세상을 구한다)와 고양이(고양이가 세상을 구한다) 2종을 모두 데려왔다.
해당 교통카드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강아지와 고양이의 맑은 눈망울과 포근한 표정, 몽글몽글한 분위기를 살리며 동화 같은 감성을 구현했다. 여기에 펄 효과를 적용해 은은하게 반짝인다.
이 댕냥이 교통카드의 출시 소식을 듣고 GS25를 여러 곳 돌아다녔다. 그러면서 실감한 것이 교통카드 종류가 여전히 다양하다는 것이었다. 유명 아이돌, 인기 캐릭터, 명소 이미지 등이 새겨진 교통카드들이 올망졸망 진열돼 있었다.
아날로그 지향인도 모바일 교통카드를 쓰는 시대인데 실물 교통카드가 이토록 다양한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할까. 외국인 관광객이 주요 타깃일수는 있겠지만 그들만을 노리고 출시하는 건 부담이 크리라. 결국 국내 구매자의 수도 꽤 있다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실제로 사용하지 않을 실물 교통카드를 구매하는 이유는 뭘까. 우선 스스로를 돌아본다. 모바일 교통카드를 사용한 뒤로 구매한 실물 교통카드는 일종의 ‘굿즈’로 여겼다. 굿즈는 특정 인물·작품·브랜드 등 지식재산(IP)을 바탕으로 팬층에게 판매하기 위해 만들어진 관련 파생 상품을 가리킨다.
K리그 산리오 교통카드는 축구를 좋아하는 ‘축덕’이라서, 코레일 역명판 교통카드는 기차(철도)에 관심 있는 ‘철덕’이라서, 이번 댕냥이 교통카드는 반려묘를 모시는 ‘냥덕’이라서 구매했다. 실제로 사용하지 않더라도 스스로의 정체성을 구매라는 행위로 더 공고히 쌓으며 만족감을 느낀 게 아닐까.
이번 댕냥이 교통카드 구매에는 또 다른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티머니는 해당 상품을 2만개 한정으로 출시하며 완판 시 총 금액의 5%인 500만원을 동물자유연대의 구조견 보호소 ‘온독’에 미리 기부했다. 해당 카드를 구매하면 유기견을 위한 기부에 힘을 보태는 셈이다.
티머니 관계자도 “이번 카드는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문화가 확산되는 사회적 흐름을 반영했다"며 "고객에게는 소장의 즐거움을, 사회에는 유기동물 보호라는 선한 가치를 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