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승의 IT 스토리] 냉각 효율 높고, 민원 無…데이터센터가 바다로 간 까닭

데이터센터發 전력 수요 급증 속 바다 활용 방안 주목
마이크로소프트 수중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진행도
韓, 5백억 투자해 2030년까지 수중데이터센터 추진
유지보수 어렵고 해양 생태계 파괴 우려 목소리도

 우리는 어제의 혁신이 오늘의 상식이 되는 속도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제 IT를 알아야 시대를 읽을 수 있습니다. [오현승의 IT 스토리]가 세상을 움직이는 기술의 흐름, 그 중심에서 꼭 필요한 이야기만 골라 전합니다.

 

해저공간 플랫폼과 수중 데이터센터 단지 구축(안)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공

 

 인공지능(AI) 수요 급증에 따라 데이터센터를 해상이나 해저에 지으려는 구상이 점차 구체화하고 있다. 육지 데이터센터에 견줘 냉각 효율이 높은 데다 부지 및 주민수용성 확보에 수월하다는 게 장점이라서다. 이미 미국과 중국 등에선 실증 단계를 넘어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 바닷물로 데이터센터 전력 비용 아낀다

 

 24일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글로벌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2024년 415TWh(테라와트시)에서 2030년 현재 945TWh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불과 6년 새 전력 소비량이 갑절이 넘는 규모로 급증할 거란 예상인데, 이는 생성형 AI와 초거대 모델의 확산에 따른 것이다.

 

 전력 수요가 크게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바닷물을 냉각에 활용하는 해저 데이터센터(UDC: Underwater Data Center)와 선박이나 바지선을 개조해 서버를 탑재하는 해상부유식 데이터센터(FDC: Floating Data Center)가 논의되고 있다. 두 방식 모두 바닷물을 활용해 데이터센터를 냉각시켜 전력 비용 절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아이디어다. 통상 데이터센터 전력의 약 절반은 서버 냉각을 위해 쓰이는데, 열전도율과 열용량이 높은 해수를 활용하면 이러한 전력을 크게 아낄 수 있다. KB경영연구소는 “해저 데이터센터는 해수의 일정한 수온과 높은 열전달 특성을 활용해 냉각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는 모델”이라고 분석했다. 이 밖에 육지와 달리 해양에선 용지 확보를 위한 토지 매입 비용 및 인허가 획득에 따른 부담이 없다. 소음 등 민원 발생이 발생하지 않아 주민 수용성 확보에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도 장점이다.

 

◆ 美·中 등 바다에 데이터구축 속도

 

 주요 선진국에서는 해저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미국에선 마이크로소프트가 2010년대 중반 ‘프로젝트 나틱’을 통해 해저 데이터센터 가능성을 실증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6년 스코틀랜드 오크니 제도에서 12개의 랙, 864개의 서버로 구성된 데이터센터 장치를 수중에 배치했다. 이 회사는 육지 인근의 해저 데이터센터가 데이터 전송 속도를 단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해안에서 120마일(약 193㎞) 이내에 거주하고 있다”면서 “해안 도시 근처 해저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하면 데이터 이동 거리가 단축된다”고 밝혔다.

 

나틱 프로젝트 팀원들이 스코틀랜드 오크니 제도 해저에서 인양한 노던 아일스 수중 데이터센터를 고압 세척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제공

 

 중국은 2023년 국영 및 민간 기업 연합으로 하이난성 인근 해역 수심 30m 지점에 1300t급 데이터센터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최근엔 중국교통건설그룹이 시공한 세계 최초 ‘해상풍력 연계형’ 해저 데이터센터가 상하이 인근에서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1단계 시범 공정은 약 2.3㎿ 규모로, 전체 프로젝트는 24㎿ 규모의 발전 용량을 갖추는 게 목표다.

 

중국 상하이 인근에서 본격 가동에 돌입한 세계 최초 ‘해상풍력 연계형’ 해저 데이터센터 전경. CGTN 홈페이지 캡처

 

  국내에서도 바다에 데이터센터를 두려는 움직임이 한창이다. 울산시는 지난 4월 해양수산부의 ‘탄소제로 수중(해저) 데이터센터 표준모델 개발사업’ 사업자로 선정돼 오는 2030년까지 총 511억원(국비 포함)을 지원받아 수중데이터센터를 본격 추진한다. 울산 앞바다 수심 20m 해역에서 전력효율지수(PUE) 1.2 수준의 운용 성능을 검증할 계획이다. 울산시와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을 포함해 UNIST, 포스코, GS건설, 한국수력원자력, LS일렉트릭, SK텔레콤 등 12개 기관·기업이 손을 잡았다.

 

◆ FDC 통해 신성장동력 찾는 K-조선

 

 국내 조선업계는 FDC를 새 먹거리로 꼽았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4월 미국선급(ABS)과 영국 로이드선급(LR)으로부터 50㎿급 FDC 개념설계 인증(AiP)을 획득했다. 지난 6월엔 그리스 선주사 캐피탈, 영국 로이드 선급(LR)과 FDC 3자 사업 협력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삼성중공업은 FDC 기술·건조 분야, 캐피탈사는 프로젝트 발굴 및 투자를 담당하고, 로이드 선급은 FDC 관련 규제 분야에서 협력에 나서기로 했다. 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이사(부회장)는 “바다 위 데이터센터는 조선∙해운업에 열려있는 기회의 시장”이라면서 “글로벌 협력을 통해 FDC 시장에 선제적으로 진입해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중공업이 개발하는 부유식데이터센터(FDC) 조감도. 삼성중공업 제공

 

 HD한국조선해양도 지난달 글로벌 데이터센터 인프라 솔루션 기업인 슈나이더 일렉트릭과 ‘FDC 인프라 기술 공동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FDC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데이터센터 전력·냉각·에너지 관리 분야의 글로벌 기업인 슈나이더 일렉트릭이 초대형 데이터센터 구축 기술을 제공하고, HD한국조선해양은 부유식 구조물 설계·건조 역량을 맡는다.

 

 다만 데이터센터를 바다에 두려는 시도에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일상적인 유지보수나 서버 교체 등에 따르는 기술적 문제 등 풀어야 할 숙제가 한둘이 아니라서다. 통신 지연, 법제 공백도 여전하다. 데이터센터가 방출하는 열이 해양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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