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주식 토큰화 시장이 본격적인 성장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과거 주식 토큰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실험적 서비스에 가까웠다면, 최근에는 실제 주식을 담보로 발행한 토큰과 주가를 추종하는 무기한선물이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24시간 거래되고 있다. 국내 투자자도 주식 토큰을 단순한 가상자산 상품이 아니라, 국내 증시 개장 전 글로벌 투자자의 기대와 위험 인식을 보여주는 선행 가격지표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지난 27일 CoinGlass 기준 SK하이닉스 연계 토큰 상품 3개의 24시간 거래량은 총 37억2000달러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 1470원을 적용하면 약 5조4700억원으로, 같은 날 SK하이닉스 본주 거래대금 약 7조1500억원의 약 75%에 달한다.
물론 두 수치를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가상자산 파생상품 거래대금에는 레버리지가 반영되고, 동일 자금의 반복 매매와 차익거래, 시장조성자의 양방향 거래도 누적된다. 따라서 5조4700억원 전체가 SK하이닉스 본주 수급으로 연결됐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본주에 미치는 수급 영향도 상품 구조에 따라 다르다. 실제 주식을 1대1로 담보하는 토큰은 신규 발행이 증가하면 발행사나 수탁기관의 기초주식 매입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반면 무기한선물은 실물 인도 없이 가격 변동분만 정산되기 때문에 거래량 증가가 곧바로 본주 매수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다만 미결제약정이 누적되고 시장조성자의 헤지와 현·선물 차익거래가 확대되면 국내 주식 수급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국내 투자자가 주식 토큰화 시장에 주목해야 하는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수급보다 가격발견 기능에 있다. 오후 3시 30분 국내 증시가 마감된 이후에도 미국 반도체주와 환율은 움직이고, 메모리 업황이나 기업 관련 뉴스도 계속 발표된다. SK하이닉스 연계 토큰은 야간과 주말에도 거래되기 때문에 이러한 정보를 국내 현물시장보다 먼저 가격에 반영한다. 국내 증시가 열리기 전에 글로벌 투자자가 평가한 SK하이닉스의 다음 가격이 형성되는 셈이다.
타이거리서치 분석에 따르면 장 마감 이후 SK하이닉스 무기한선물이 상승한 경우 다음 거래일 본주가 상승 출발한 비율은 95%, 하락한 경우 하락 출발한 비율은 78%였다. 금요일 종가 대비 월요일 시초가의 방향 일치율도 87%로 나타났다. 이는 토큰 가격이 본주를 직접 움직였다는 뜻이라기보다, 국내 증시가 닫힌 시간에 발생한 글로벌 정보를 선반영하는 야간시장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 국내 투자자는 미국 반도체주와 환율뿐 아니라 SK하이닉스 연계 토큰의 야간 등락률, 미결제약정과 펀딩비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주말 사이 토큰 가격이 크게 움직이거나 레버리지 청산이 집중됐다면 다음 거래일 시초가와 장 초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주식 토큰화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하지만 거래량과 유동성이 확대되면 토큰 시장은 단순한 가격지표를 넘어 국내 현물시장의 가격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별도의 거래시장으로 발전할 수 있다. 국내 주식의 가격발견이 더 이상 국내 정규장 안에서만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국내 증시는 오전 9시에 문을 열지만, SK하이닉스의 다음 가격은 이미 그보다 앞서 글로벌 토큰 시장에서 움직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