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치매를 앓던 부모가 특정 자녀에게 부동산이나 예금을 증여한 뒤 다른 상속인들이 이를 문제 삼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상속이 개시된 이후 뒤늦게 증여 사실을 알게 되면서 증여무효를 주장하는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법조계에서는 이러한 사건의 핵심 쟁점이 단순히 치매 진단 여부가 아니라, 증여 당시 당사자에게 정상적인 의사능력이 있었는지에 있다고 설명한다. 치매 진단을 받았더라도 당시 자신의 행위 의미와 결과를 이해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었다면 증여가 유효하다고 인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활동 중인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상속전문변호사인 우강일 변호사는 "증여무효 사건은 진단명 하나만으로 결론이 나는 소송이 아니다"며 "법원은 증여 당시 의사결정 능력이 실제로 존재했는지를 다양한 객관적 자료를 통해 종합적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실무에서는 치매 진단 결과도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된다. K-MMSE, CDR, GDS 등 인지기능 검사 결과가 참고자료로 활용되지만, 그것만으로 증여의 효력이 결정되지는 않는다. 병원의 진료기록, 당시 의료진의 소견, 간병인의 진술, 금융거래 과정, 계약 체결 당시 행동과 대화 내용 등도 함께 검토 대상이 된다.
예를 들어 중증 치매 진단을 받았더라도 증여 당시 재산의 종류와 상대방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자신의 의사를 일관되게 표현한 사실이 확인되면 증여가 유효하다고 판단될 수 있다. 반대로 재산 관리가 어려운 상태였거나 계약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정황이 인정된다면 증여는 무효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가족 간 분쟁에서는 치매보다도 증여 과정 자체가 문제가 되는 사례도 많다. 부모가 직접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설명을 들은 적이 없고, 특정 자녀가 위임장이나 계약서를 준비해 등기까지 마친 경우라면 서류 작성 경위와 절차의 적법성 역시 중요한 쟁점으로 다뤄진다.
실무에서는 증여가 무효인지 여부뿐 아니라 이후 상속재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증여가 무효로 인정되면 해당 재산은 다시 상속재산에 포함될 수 있으며, 반대로 무효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유류분 반환청구 대상이 되는지 여부를 추가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 변호사는 "증여무효소송에서는 치매 진단서보다 당시 상황을 입증하는 객관적인 자료가 더 중요한 경우도 많다"며 "병원기록, 금융거래 내역, 등기 절차, 생활기록 등을 체계적으로 확보해야 법원을 설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 간 분쟁이라는 이유로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증여 경위와 의사능력, 재산 흐름을 법률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초기부터 증거 확보 방향을 정확히 설정해야 불필요한 분쟁을 줄이고 자신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치매와 관련된 증여무효 분쟁이 앞으로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부산 지역에서도 고령 인구 증가와 함께 상속 관련 상담이 늘어나는 만큼, 증여의 효력이나 상속 구조에 의문이 있다면 초기 단계에서 법률 검토를 통해 대응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글=상속전문변호사 우강일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