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메모]규제 일변도로는 집값 잡을 수 없다

집값, 교육·의료·문화 등 다양한 요인과 연계
“좋은 환경 갖춘 곳에 신축 아파트 공급해야”

안재성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기자

[세계비즈=안재성 기자]‘문재인 정부’ 출범 후 총 22번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집값 폭등은 전혀 잡힐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3년(2017년 5월~2020년 5월) 간 서울 아파트 중위값이 6억600만원이었던 가격이 9억2000만원으로 52%나 급등했다.

 

이는 전 정권들보다 훨씬 높은 상승률이다. ‘이명박 정부’ 집권기에는 오히려 서울 아파트 중위값이 13% 떨어졌으며, ‘박근혜 정부’ 5년 간의 상승률도 27%에 그쳤다.

 

최근 연달아 정부가 강도 높은 대책이라며 내놓은 ‘6.17 대책’과 ‘7.10’ 대책 후에도 집값 오름세는 멈추지 않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7월 셋째 주(20일) 기준 서울 집값은 전주 대비 0.06% 올라 7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오히려 7.10 대책으로 다주택자들의 보유세 부담이 급등하자 이를 세입자들에게 전가하려는 움직임이 번지며 전세의 월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그나마 나온 매물은 가격이 폭등해 서민들의 전세난까지 가중되는 형국이다. 한국감정원은 서울 전셋값이 56주 연속 상승세 지속 중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결국 규제 일변도로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투기과열지구, 청약조정지역, 토지거래허가구역, 종부세율 상승, 양도소득세 중과 등 정부가 아무리 강력한 규제와 징벌적인 과세를 퍼부어도 정부의 대책이 시장의 원리에 역행하는 한 집값 안정화는 머나먼 이야기일 뿐이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시장경제원리에서 벗어나 있다”며 “집값은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부동산도 결국 상품이고, 상품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움직인다. 특히 주거는 필수적인 재화이자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때문에 교육·의료·문화 등 다양한 요인과 연계된다. 즉, 수요자들이 원하는 좋은 환경을 갖춘 요지의 신축 아파트일수록 높은 인기를 누릴 수밖에 없다.

 

정부는 2017년 기준 주택보급률이 이미 100%를 넘어 주택 공급이 충분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지만, 이는 시장을 너무 모르는 소리다. 정부가 집계한 주택보급률은 요지가 아닌 곳, 주거 환경이 별로 좋지 않은 곳의 다 쓰러져가는 빌라나 낡은 다세대주택도 포함된 수치다.

 

수요자들은 이런 곳에서 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수요자들이 원하는 건 신축 아파트, 그것도 서울 강남권이나 강남 못지않게 주거 환경이 좋은 곳, 혹은 강남 접근성이 좋은 곳 등 수도권 요지의 신축 아파트다. 정부 시책에 맞춰 1가구 1주택을 추구하는, 실수요자들도 마찬가지다.

 

이는 최근 수 년 간의 집값 변동 흐름만 봐도 알 수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수도권, 그 중에서도 강남3구, 마포, 용산, 수원, 위례, 판교, 분당 등 수도권 요지의 아파트 가격이 크게 치솟았다. 반면 지방 소재 5개 광역시의 집값 상승률은 그에 훨씬 못 미쳤으며, 그 외 지방의 집값은 오히려 떨어졌다. 고위공직자들도 대부분 강남 아파트는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부동산 투자 전문가로 유명한 아기곰은 “지은 지 5년 이하의 신축 아파트, 또는 아예 30년이 넘어서 재건축을 노려볼 만한 아파트만 인기가 높다”고 진단했다.

 

두 위원은 “수도권과 지방의 집값 격차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외 아파트와 빌라 및 다세대주택, 신축과 구축 아파트 간에도 가격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 일부에서 외치는 임대아파트 공급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수요자들이 원하는 건 ‘내 집’이지, 임대아파트가 아니다.

 

따라서 집값 안정화를 꾀하려면, 우선 전국 각지의 주거 환경부터 개선해야 한다. 현재는 교육·의료·문화 등의 인프라가 서울 강남권 등 수도권 요지에만 너무 쏠려 있다. 이를 전국 각지로 확산시키거나 새롭게 조성해서 강남권 못지않게 우수한 주거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수요자들이 원하는 수도권 요지에 재개발·재건축 등을 통해 신축 아파트를 공급하는 것도 집값 안정화에 긍정적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도입, 재건축 연한 확대, 재개발 대신 도시재생 뉴딜 사업 선택 등 여러 갈래로 재건축과 재개발을 틀어막은 탓에 신축 아파트 공급이 줄면서 집값 폭등의 주 원인 중 하나가 됐었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이야기가 나오는 공공재건축에 한해 분양가 상한제 적용 예외, 층수 제한 완화, 용적률 인센티브 등의 혜택을 주는 안은 반가운 이야기다.

 

재건축 단지나 재개발 구역 내에 임대아파트 공급을 늘리는 대신 현재 35층까지인 층수 제한을 완화해 신축 아파트의 층수를 50층까지 확대시켜주면, 조합원들이 상당한 이익을 누릴 수 있으므로 재건축과 재개발이 활성화될 것이다. 또 일반 분양까지 늘어나기에 신규 주택 공급 효과도 커진다.

 

서둘러야 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은 4만여 가구 수준이나 내년에는 그 절반인 2만여 가구로 급감하며, 후년에는 1만여 가구 수준에 불과하다.

 

이래서는 신축 아파트를 원하는 수요자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 희소한 수도권 요지의 신축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고, 그에 따라 인근 지역이나 구축 아파트 가격도 함께 뛰는 현상을 반복할 뿐이다.

 

일단 집값 안정화를 위한 초석을 쌓는다는 심정으로 전국 각지의 주거 환경 개선과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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