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통화 긴축의 시대가 온다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인도 발(發)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대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백신 접종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일부 국가들의 경제 봉쇄 조치가 해제되면서 글로벌 경제는 개선세를 지속하고 있다. 경제가 정상화되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글로벌 주요국에서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지난 4월 국채 매입 규모를 축소(테이퍼링)했고 브라질, 러시아, 헝가리 등 일부 신흥국도 금리를 선제적으로 인상했다. 이에 글로벌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기축 통화국인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수십 년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가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지표는 바로 인플레이션이다. 1970~80년대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던 미국 경제는 당시 연준 의장인 폴 볼커가 인플레이션 파이터 역할을 해내면서 1990년대 경제 호황을 맞이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인플레이션 타깃팅은 연준의 중요한 목표가 됐다.

 

2021년 4~5월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각각 4.2%, 5.0%로 시장의 예상을 상회했다. 높은 인플레이션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금리 인상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최근 연준의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 시사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재닛 옐런 재무장관도 최근 급격한 물가 상승은 일시적이지만 심각한 수준으로 경제가 과열되지 않도록 금리를 인상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자산 버블도 중요한 요인이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연준은 약 4조 달러의 유동성을 공급했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5년간 약 3조 달러에 비해 훨씬 많은 규모다. 또 미국 정부도 추가적인 재정정책으로 약 5조 달러를 지출했고, 앞으로도 4조 달러의 인프라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유동성 증가는 수요 위축으로 인해 실직에 처한 가계와 유동성 위기에 봉착한 기업을 살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일부는 주식, 부동산, 가상화폐 등 자산시장의 과열을 불러왔다. 이러한 금융 불안정도 통화당국이 앞으로 통화정책을 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이 됐다.

 

연준 의장인 제롬 파월은 최근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는 높은 수준이지만, 광범위한 노동시장 개선이 나타나기 전까지 현재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6월 연준은 2021년 경제성장률과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또 연준 위원들의 2023년 정책금리 전망치는 0.625%로 2회의 금리 인상을 전망하고 있으며, 2023년에 인상을 전망한 위원 수는 3월 7명에서 6월에는 13명으로 늘어났다. 2022년 금리 인상을 전망한 위원 수도 3월 4명에서 6월 7명으로 증가해 통화 긴축의 시대가 멀지 않았음을 시사하고 있다.

 

미국의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경제에 우려되는 부분은 먼저 단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금융시장의 불안정 가능성이다. 2013년 당시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처음으로 테이퍼링 언급했을 때 국내 금융시장에서 충격이 발생했던 경험이 있다.

 

최근 국내 민간 부분의 부채규모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통화 긴축으로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가계 및 기업의 이자 부담이 증가하고, 더 나아가 경제 성장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통화 긴축으로 발생할 수 있는 금융시장 충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경제주체들의 부채 관리 및 건전성 제고를 위한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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