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부캐 ‘버추얼 유튜버’… 일 매출만 1억원대 ‘광풍’

버추얼 유튜버 세아

[세계비즈=권영준 기자] 가상공간의 ‘실체 캐릭터’이기도, 실체 공간의 ‘가상 캐릭터’이기도 한다. 이 애매모호한 경계선에서 사람들은 소통하고 공감하며 문화를 형성했고, 이제 하나의 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디지털 부캐(부가 캐릭터)로 불리는 ‘버추얼 유튜버’가 세상의 주목을 받는 시대가 도래했다.

 

 12일 동영상 공유 서비스 유튜브 통계 분석업체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지난달 유튜브 라이브 슈퍼챗 한국시장 일일 최다 수입은 버추얼 유투버 ‘신유야’ 영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4일 일일 슈퍼챗 수입이 1611만927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유야’의 정체는 버추얼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핸드폰 중독의 20살 대학생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에 푹 빠져있고, 일본어에도 능숙하다. 주변에 일명 오타쿠(특정 취미에 푹 빠진 사람을 일컫는 말)와 소통하고 싶어 방송을 시작했다. 물론 여기까지는 가상으로 설정한 실체다. 신유야는 일본 버추얼 유튜버 그룹 및 프로젝트 총괄 기업 애니컬러 주식회사가 중국, 인도네시아, 인도에 이어 4번째로 한국에 진출하면서 만들어낸 버추얼 캐릭터이며, 이 캐릭터를 통해 유튜브 방송을 하고 있다. 애니컬러는 니지산지KR이라는 가상의 소속사를 만들어 신유야 외에도 다양한 캐릭터를 생성해 유튜브 방송을 하고 있다.

 

 다소 생소해 보이는 이 ‘버추얼 유튜버’는 이미 세계시장에서 하나의 산업 분야로 인식될 만큼 급성장했다.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지난달 전 세계 슈퍼챗 순위 1위는 버추얼 유튜버 ‘키류 코코(CoCo CH.)’로 월간 수입이 5억1400만원을 웃돌았다. 무엇보다 월간 순위 10위권 내에 9개의 유튜브 채널이 모두 버추얼 유튜버며, 이들의 월간 수익만 합산해도 160억원이 넘는다.

 

 버추얼 유튜버는 컴퓨터 그래픽(CG)과 모션캡처 등의 기술을 활용해 만든 가상의 캐릭터를 통해 유튜브 등의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는 1인 미디어 크리에이티브를 일컫는 말이다. 일본에서 시작해 이미 2~3년 전부터 활성화됐으며, 대부분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등장하는 모습이다. 여전히 정치, 종교, 경제(주식 및 비트코인 투자) 관련 유튜버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고, 연예인의 개인 방송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간헐적으로 버추얼 유튜버들이 상위권에 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통계 분석업체 플레이보드 역시 카테고리 내에 ‘V-Tuber’ 부문을 만들어 놓을 정도로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다.

 

 실제 한국의 대표적인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 업계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기업 샌드박스는 국내 첫 버추얼 유튜버 ‘세아’와 지난해 7월 전속 계약을 맺었다. 세아는 애초 게임사 스마일게이트가 게임을 홍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캐릭터였지만, 이제는 일상 브이로그, 먹방, 시청자 사연을 함께 읽는 등의 콘텐츠로 유튜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버추얼 유튜버 신유야

 이처럼 버추얼 유튜버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이유는 급변하는 사회 흐름 속에서 개개인의 개성을 중시하는 성향이 부각됐고, 이런 부분이 정체성의 다양화로 진화하는 문화적 배경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러한 변화가 확장해 산업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2020년의 소비트렌드 중 하나로 ‘멀티 페르소나’를 꼽았다. 고대 그리스의 연극배우들이 쓴 가면을 뜻하는 페르소나에서 일컫는 말로 사회나 개인의 상황에 맞게 다양하게 표출되는 정체성을 의미한다. 이처럼 다양한 정체성은 ‘부캐’로 진화했고, 유산슬·유야호(유재석), 린다G(이효리), 김다비(김신영), 조지나(박나래), 카피추(추대엽) 등이 등장해 연예계를 휩쓸었다. 이러한 부캐 현상이 이제는 디지털 세계에서도 피어나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버추얼 유튜버는 특정 시정차 층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으며, 요구에 따라 욕구를 해줄 수 있는 하나의 캐릭터이자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라며 “AI(인공지능), CG(컴퓨터그래픽) 등의 기술 발달은 가상현실과 실제 현실의 경계를 허물고 있고, 그 안에서 다양한 정체성이 발현되면서 문화, 산업적으로 시장은 더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young070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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