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치킨집 사장님의 한숨

 “창살없는 감옥입니다. 그나마 손님이라도 있으면 다행인데 그렇지도 않아요.”

 

 최근 퇴근길에 홀로 동네 치킨집을 찾았다. 가끔씩 혼자 맥주 한잔을 하러 방문하는 단골집이다. 사장님과도 친분이 생겨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곤 한다. 그런데 그 사장님이 “남는게 없다”고 하소연을 멈추지 않는다. 가격을 올리려니 매출하락이 무서워 메뉴판에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배달 콜도 반갑지 않다. 각종 수수료를 떼고나면 본인 인권비가 최저시급에도 미치지 못한다. 사장님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 지 모르겠네요”라고 치킨 한마리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곤 주방으로 돌아갔다.

 

 요즘 들어 동네 상권이 위태롭다는 것을 피부로 체감하고 있다. 지하철역에 내려서 집까지 걷는 10여분 동안 보이는 1층 공실만 열곳 가까이 된다. ‘무권리 점포 임대’라고 쓰여진 곳까지 흔히 볼 수 있다.

 

 문득 며칠전 나온 통계청 발표가 떠올랐다. 자영업자가 6개월 연속 줄어들었다는 내용이었다. 7월말 기준 우리 대한민국의 자영업자는 572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6만2000명 감소했는데, 감소세가 지난 2월부터 6개월째 이어져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의 급속한 감소는 위기감을 증폭시킨다. ‘나홀로 사장님’들은 지난달 427만3000명으로 지난해 7월보다 무려 11만명이나 급감했다. 매출이 떨어져 적자가 나게 될 경우, 점주로서 가장 먼저 손을 쓰게 되는 부분이 기존 고용원의 해고다. 결국 지난 1년 동안 고용원 없이 혼자 가게를 꾸려나가다 포기한 사장님이 11만명에 달한다는 의미다.

 

 폐업신고 역시 사상 최대폭을 경신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개인 법인 포함해 2023년 폐업신고를 한 사업자가 98만6487명으로 집계됐다. 전년(86만7292명) 대비 13.7%나 뛰었다. 증가폭은 11만9195명으로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대 폭을 기록했다.

 

 또 다른 슬픈 통계 역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 상업용부동산임대동향에 따르면 올 2분기(4~6월) 기준 전국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3.8%로 나타났다. 세종시의 경우 중대형 상가 공실률이 무려 25.7%에 달했다. 소상공인의 빚도 깜깜한 터널속이다. 소상공인의 은행 대출을 보증한 지역신용보증재단이 갚지 못한 대출을 대신 갚은 대위변제금액이 매년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2020년 4420억원, 2021년 4303억원, 2022년 5076억원, 2023년 1조7126억원으로 증가하더니 올해는 상반기에만 1조2218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런데 대한민국 경제 상황을 알려주는 수출 지표는 상승세다. 당장 이번달 1∼20일 수출액 잠정치만 봐도 331억21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8.5%나 증가했다. 사실상 작년 10월부터 11개월째 증가세다. 반도체가 42.5%, 승용차가 7.9%나 증가했다.

 

 자세히 뜯어보면 ‘그들만의 잔치’임을 알수 있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몇몇 업계의 기업이 대한민국 전체 경제 수치를 견인하고 있다. 두 산업이 부진하면 무역수지 자체가 무너지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건설업, 제조업은 벼랑 끝에 몰렸고 식품업계는 국내 시장을 포기하고 해외 진출에 올인하고 있다. 다른 대부분의 산업이 위기감을 느끼면서 기업은 설비투자를 포기하고 움츠리고 있다. 그렇게 민간소비까지 침체되면서 내수경제는 급전직하하고 있다.

 

 더 무서운 현실은 위기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란-이스라엘 전쟁이 발발하면 국제 유가 급등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고, 코로나19마저 재유행 가능성이 점쳐진다. 엠폭스(원숭이 두창)가 전세계적으로 다시 한 번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미 엠폭스 확산을 두고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PHEIC)으로 선포했다. 미국발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와 중국의 부동산 침체 소식은 정부마저 긴장시키고 있다.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그냥 쉬었다’는 청년이 7월 기준 44만3000명을 기록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으려는 인구가 치솟고 있는 가운데 실물경제가 무너지면 가정이 해체되는 지옥이 펼쳐질 수 있다. 이미 모두가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경제 침체를 느끼고 있다. 욜로와 오마카세는 어느새 낯선 단어가 됐다. 정부는 당장 실물경제의 흐름을 개선시키는 노력에 온 힘을 다해야한다. 수출 통계 지표는 휴지통에 버려야한다. 

 

권기범 연예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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