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탄소중립을 위한 녹색기후금융

탄소중립기본법은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제정됐다. 이 법 제58조에는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금융 촉진에 관한 법률을 따로 제정하도록 했지만, 관련 입법은 더디기만 하다. 물론 탄소금융, 전환금융 등이 있으나, 탄소중립과 녹색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법령에 근거한 금융지원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금융기관은 금리 장사라는 오명을 떨치고 녹색기후금융과 같은 미래금융으로 기후 위기 시대를 선도해야 한다.

 

녹색기후금융이란 무엇인가. 첫째, 기업의 탄소 배출량을 산출하고 분석한 데이터를 기초로 투자나 신용 지원이 이뤄지는 금융이다. 2030년 기후목표(1.5℃) 달성을 위한 기준 배출량은 27GtCO2e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이행과 기존의 시나리오에 따른 배출량과는 상당한 차이가 존재한다. 탄소시장은 탄소 감축에 대한 국제사회의 부담이 가중됨에 따라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으나, 세계은행에 따르면 규제적탄소시장(CCM)이 차지하는 비중은 18%가량에 불과하다. 따라서 자발적탄소시장(VCM)의 급속한 발전이 예상된다. 녹색기후금융은 이러한 자발적탄소시장에 기업이 참여토록 하는 조력자인 셈이다. 기업은 직접적인 생산활동과 더불어 운송, 제품의 사용과 폐기 등의 다양한 경로를 통해 탄소를 배출한다. 이제는 금융기관이 기업의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고 분석해 기업별로 적합한 금융지원을 제공하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둘째, 기후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농업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금융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을 말한다. 농업 분야는 국가 전체 탄소 배출량의 3%가량만을 차지한다고는 하나, 감축목표의 압박은 점증하고 있다. 현재는 자동물꼬를 활용한 논물 관리, 완효성 비료 사용, 바이오차 농법 등 저탄소 농업기술을 통해 탄소중립을 실천하고 있다. 그렇지만 첨단 산업기술을 활용한 시설농업이나 순환농업을 위한 공장 설비 도입, 탄소 감축을 위한 농산업 발전 등의 노력도 필요하다. 바로 여기에 녹색 기후금융이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하는데, 농업 분야 탄소 크레딧 생성을 할 수 있는 데이터 축적과 이를 분석할 플랫폼이 필요하다. 또한 농업의 탄소 저장 기능 증권화 프로그램, 작물별 탄소 배출량 산정을 통한 자체 표준과 프로토콜 개발이 요구되므로 이런 과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

 

셋째, 자발적 탄소시장의 적극적인 참여자로서 탄소 자산을 확보하는 것을 말한다. 탄소 자산이란 탄소 회피나 제거 프로젝트에 투자하거나 직접 발굴하여 이를 자산화하는 것이다. 탄소 자산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탄소 제거 및 저장 프로젝트를 통해 수익화할 모델을 개발하고 관련 투자에 따른 관리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국제표준에 부합하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해 이를 검증하고 활용할 수 있는 프로세스도 정립해야 한다. 글로벌 금융기관의 탄소 자산 확보 사례를 눈여겨볼 만하다. 국제정세는 전쟁, 자국보호주의 심화 등으로 혼란스럽다. 여기에는 탄소중립에 관한 강대국의 정책 변화 가능성, 높아지는 탄소국경에 따른 이견도 한몫한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하면 탄소중립은 그저 수사(修辭)에만 그칠 우려가 크다. 이 때문인지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9)의 의장은 주요 20개국(G20)을 향해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라고 주문했다. 이들 국가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85%, 배출량의 80%를 차지한 까닭이다. 탄소중립을 향한 여정은 암울하기까지 하지만,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노력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녹색기후금융의 도입이 무척 중요하다.

 

<이우식 전 NH금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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