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정우성의 혼외자 논란이 비혼 출생 인식에 미칠 영향은?

 온통 정우성 이야기로 도배되고 있다. 배우 정우성은 그야말로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유명인사로 통하는 인물인 데다 그가 혼외자의 아빠란 사실이 밝혀지면서 엄청난 이야깃거리를 양산하고 있다. 

 

 정우성은 과거 인터뷰로 만난 적이 있지만 워낙 햇병아리 기자 시절이어서 그의 위압감이 엄청났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물론, 부드러운 데다 온화한 성격의 그가 기자를 겁박하거나 위압적으로 대한 것은 아니었다. 존재만으로도 엄청난 배우였고 친구가 팬이란 말에 미소를 짓던 그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이후 영화 등 작품활동에 매진하던 정우성이 각종 사회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도 지켜봤다. 실제 정우성은 지난 2014년부터 10년간 유엔난민기구 아시아 태평양 지역 명예 사절로 활동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는 오랜 시간 결혼하지 않은 비혼 배우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 그가 아빠가 됐다는 소식은 놀라웠다. 무엇보다 결혼한 것도 아닌 상태에서였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줄 수밖에 없었다. 문가비는 지난 22일 자신의 SNS에 아이를 안고 있는 사진과 함께 “이제는 한 아이의 엄마로서 조금은 더 평범한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기 위해 용기를 내었다”는 글을 올렸다. 이후 24일 한 매체의 보도로 문가비의 아이 친아빠가 정우성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소속사 역시 친자가 맞다고 확인해줬다. 특히 소속사를 통해 정우성은 친아빠로서 육아를 위한 각종 지원에 나서며 책임지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그러나 그를 도덕적으로 비난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꽤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이번 혼외자 논란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은 현재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출산율은 0.72명이었다. 국내 출산율은 2015년 1.24명 이후 지속해서 하락해왔다. 그런데 역시 통계청의 ‘2023년 출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23만명 가운데 법적 비혼 관계에서 태어난 출생아의 비중이 4.7%(1만900명)를 차지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9800명)보다 0.8%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이러한 수치는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혼외 출생률은 41.5%로 절반 가까이 된다. 우리나라는 유독 결혼을 해야 아이를 낳는다는 인식이 상당히 강하다. 1981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혼외 출산 비율이 줄곧 0~2%대에 머물러왔던 이유다. 

 

 이러한 인식도 이젠 변하는 추세다. 최근 통계청의 ‘2024년 사회조사’와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29세 청년 중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은 42.8%로 10년 전인 2014년(30.3%)보다 12.5%포인트나 늘었다. 이 중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응답은 5.7%에서 14.2%로 3배 가까이 뛰었다. 반대로 “전적으로 반대한다”는 응답은 같은 기간 34.9%에서 22.2%로 크게 줄었다.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인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OECD 회원국 가운데 합계출산율이 1 미만인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저출산 문제로 1990년대부터 골머리를 앓아왔지만 혼외자 등 비혼 출생 자녀에 대한 지원을 결혼 출생 자녀와 평등하게 대우하고 정부 지원도 적극적으로 펼쳐왔다. 그렇게 저출산 문제를 해결해왔다.

 

 지난해 출생아 수 23만명은 전년 대비 1만9200명(-7.7%) 감소한 수치다. 10년 전인 2013년만 해도 43만7000명이었는데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결혼을 많이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도 중요하지만 점점 늘어나는 비혼 출생 자녀에 대한 인식 개선 노력이 더 절실해 보인다. 정우성이라는 배우가 비혼 출생 자녀의 아빠가 됐다는 것을 이슈로만 소비하지 말고 비혼 자녀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이젠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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