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떡이던 코끼리, 날던 용을 잡다. 굼뜬 코끼리 인도가 질주한다.”
흔히 중국은 승천하는 용(龍)에, 인도는 달리는 코끼리(象)에 비유한다. 중국은 몇 년 전만 해도 세계 경제에서 대세였다. 당시 증권가에서는 중국의 고속 성장을 찬양하는 보고서를 앞다퉈 내놓았고 “용의 등에 올라탈 종목을 찾으라”고 설파하기도 했다. 중국과 반대로, 인도는 한 때 ‘헐떡거리는 코끼리(Gasping Elephant)’라는 말을 들었다. 중국과 맞먹는 영토와 인구를 가지고 있지만, 중국에 비해 경제가 지지부진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꿨다. ‘굼뜬 코끼리’ 인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올해 인도 경제는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급기야 중국의 성장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 “세계 경제의 성장 엔진은 중국이 아닌 인도가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인도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6.8%에서 7%로 인상하며 신흥시장 중 인도가 가장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인도의 국내총생산(GDP)은 4조3398억 달러에 이르러 일본을 제치고 세계 4위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봤다. 사실 인도는 2009년만 해도 GDP 규모가 세계 10위 밖이었다.
인도 증시도 수년째 고공행진 중이다. 인도주가 지수는 지난 1월 홍콩거래소를 넘어서며 세계 4위 시가총액을 기록했다. 인도증권거래소(NSE)의 대표지수인 니프티50은 지난 1년 동안 23.83%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미국 나스닥(21.73%), S&P500지수(20.52%)의 성과를 웃돈다.
왜 인도가 달라졌을까. 인도 경제의 화려한 약진 뒤에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있다. 빈민 출신의 모디 총리는 성장, 시장, 기업, 개방을 중시하는 ‘모디노믹스’(Modinomics)로 새바람을 불어넣었다. 모디노믹스는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인도 총리의 이름과 경제학(Economics)을 결합한 용어다. 지난 2014년 취임한 모디 총리가 10년간 추진한 경제 정책이다. 외국인 투자를 통한 인프라 확충과 제조업 육성, 일자리 창출이 핵심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떨까. 얼마 전 발표된 2024년 3분기 경제성장률은 한국경제가 경기침체 속에 여전히 허덕이고 있음을 보여줬다. 올해 3분기 성장률은 0.1% 성장하는 데 그쳤다. 당초 시장 전망치(0.5%)를 크게 밑돌았다. 내수 경제도 위축되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소매판매지수는 100.7로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했다.
분기별 소매판매가 1년 전 대비 ‘감소세’를 보인 것은 2022년 2분기(-0.2%) 이후 10개 분기째다. 이는 1995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장기간 기록이다. 게다가 올해 30조원에 이르는 세수 펑크가 예상된다. 올해 국세수입은 337조7000억원으로 세입 예산(367조3000억원) 보다 29조6000억원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56조4000억원 결손에 이어 2년 연속 역대급 결손이다.
문제는 또 있다. 정부는 올해 세수결손 재정 대응책으로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을 최대 6조원 활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공공자금관리기금 4조원 내외, 주택도시기금 최대 3조원 등도 포함됐다. 외평기금을 포함해 최대 16조원을 기금 활용해서 막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외평기금 활용은 환율 불안을 키울 수 있다. 주택도시기금도 동원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여의도 증권가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 국내 주식시장은 매우 어렵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개인 투자자들은 한국 증시에서 7조3798억원을 순매도했다. 올 들어 코스피 지수는 3%나 떨어졌지만, 미국 S&P500지수는 21%, 대만 자취엔지수는 29% 올랐다. 실망한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를 이탈하면서 ‘국장(한국 증시)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그동안 한국경제는 호랑이처럼 용맹하게 달려왔다. 우리는 1997년부터 2001년까지 ‘IMF 관리체제’를 통해 국가 경제가 초토화된 쓰라린 경험을 했다.
한국경제가 다시 한번 힘을 내기 위해서는 내수와 수출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 내부 경제구조를 튼튼하게 만들어 흔들리지 않는 회복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또 과감한 규제 철폐를 통해 비제조업과 내수업을 키워야 한다. 때를 놓치면 안된다. 지금 정부가 보여줘야 할 것은 말이 아닌, 인도 모디노믹스와 같은 구체적인 ‘액션’이다.
김민지 기자 minj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