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국내 펫푸드 업계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정부 정책 설명회였다. 지난달 23일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축산과학원에서 국내 최초로 반려견·반려묘 사료 영양표준 설정을 발표한 이후 처음으로 마련된 자리이기도 했다. 약 한 달 만에 해당 영양표준의 정확한 데이터와 관련 정책 계획이 각 업체로 전달됐다. 국내 펫푸드 산업사(史)의 새 이정표에 한 발 더 가까워지는 순간이었다.
영양표준은 반려견과 변려묘가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권장 영양소의 종류와 최소 함량을 정립한 것으로, 종·성별·성장 과정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난다. 이날 정책 설명회에 참석한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 사료관리협회(AAFCO)와 유럽 펫푸드산업연합(FEDIAF)의 영양표준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다소 차이가 있는 부분도 있다. 어쨌든 한국에서 사는 반려견과 반려묘에게 맞춘 수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그동안 없었던 통용 가능한 기준이 마련됨으로써 한국에도 ‘완전 펫푸드’를 향한 길이 열린 셈이다. 미국과 유럽은 각각 AAFCO·FEDIAF의 영양기준을 통과한 사료의 포장지에 ‘Complete&Balanced(완벽하고 균형 잡힌)’, ‘Complete Feed(완벽한 사료)’라는 인증마크가 붙는다. 평생 그 사료만 먹어도 필수 영양소가 충족된다는 뜻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이르면 2026년부터 사료 영양표준 인증마크가 생긴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영양표준을 기준 삼아 ‘완전사료’와 ‘기타사료’로 나뉘게 된다. 이번 정책 설명회에서도 국립축산과학원이 국내 펫푸드 업계에 해당 내용을 전달했다. 다만 건식사료 한정이다. 습식사료∙간식∙영양제는 빠졌다. 업체 관계자들은 인증마크가 없다는 이유로 습식사료∙간식∙영양제가 소비자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첫 영양표준 설정과 인증 정책에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업체는 좋은 사료를 만들었다는 자부심을 얻고, 소비자는 믿고 구매할 수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것이다. 건식사료에서 출발해 습식사료∙간식∙영양제까지 통틀어 ‘완전 펫푸드’ 인증으로 이어질 거란 기대도 있다. 또 지금도 동남아 지역에서 한국산 펫푸드의 인기가 좋아서 매년 수출량이 늘고 있는데 앞으로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돈다.
특히 국내 유력 업체들은 “이미 이전부터 자체적으로 미국이나 유럽의 영양표준에 맞춰서 사료를 만들어왔다”고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며 소비자 신뢰도를 올릴 계기로 삼겠다는 각오다. 지난 3~4월 국내 전역에서 벌어진 고양이 집단 신경∙근육병증의 원인이 국내산 사료라는 설이 돌면서 전체적으로 매출이 급락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 달 동안 펫푸드 관련 기관·업체 미팅과 펫 페어 등에서 마주한 업계 관계자들은 대부분 ‘마침내’, ‘비로소’, ‘드디어’ 같은 부사를 앞세워 오래도록 바란 일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은 “업계 종사자인 동시에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반려인으로서 기쁘다”고 표현했다. 모든 반려인들 역시 그럴 것이다. 펫 산업 담당 기자인 동시에, 간식을 뜯어줄 때마다 두 눈을 반짝이며 달려오는 고양이들의 13년 집사로서 감회가 새롭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