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광장] 금투세 폐지, 韓 증시 불확실성 해소의 시작

정부와 여당이 주장해오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동의 입장을 밝히면서 4년여의 줄다리기가 끝이 났다. 금투세는 시행 두 달을 앞두고 폐기 수순을 밟는다. 빠르면 이달 중 금투세 폐지를 위한 법 개정도 완료될 전망이다.

 

금투세는 내년 1월 1일 시행을 앞두고 ‘부자감세 vs 증시부양'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2번의 유예 등 불확실성이 길어지면서 소위 ‘개미’라 불리는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특히 금투세 부과 대상이 개인으로 한정된 불평등 과세라며 ‘슈퍼개미’의 이탈도 우려된 상황이었다. 대만의 경우 두 차례 주식 양도소득세를 도입하려다가 무산된 전례가 있다. 1988년 한 달 만에 주가가 36% 하락한 바 있다. 

 

지난 4일 민주당의 금투세 폐지 동의 소식이 전해진 직후 포털사이트 주식 커뮤니티와 증권사 홈페이지에는 “늦었지만 잘한 결정이다”, “1400만 개미들의 승리”, “이제 마음껏 투자해도 되겠다” 등 환영하는 글이 쏟아졌다.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세제를 안내하고 세제 개편에 맞춰 내부적으로 서둘러 전산시스템 등을 갖춰야 했던 증권사들도 한숨을 돌린 분위기다. 

 

불확실성을 해소한 주식시장도 환호했다. 특히 개인 투자자가 쏠린 코스닥이 더 크게 반등했다. 코스피는 직전 영업일 대비 46.61포인트(1.83%) 상승한 2588.97로 마감했다. 이는 4거래일 만에 반등세였고, 코스닥은 25.03포인트(3.43%) 오른 754.08을 기록하며 지난달 21일 이후 10일 만에 750선을 회복했다.

 

다만 반등했던 코스피와 코스닥은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다시 내려앉았다. 5일 코스닥 지수는 0.3% 하락한 751.81에 마감했고, 코스피는 12.09포인트(0.47%) 내린 2576.88로 약세로 돌아섰다. 미국 대선 불확실성에 미국 주가가 하락하며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1일 천하로 끝난 금투세 폐지 효과’라고 하지만, 이를 금투세 논란으로만 국한해 진단하기는 어렵다. 근본적으로 한국 주식시장의 침체 원인은 반도체 업황 악화, 글로벌 경기 및 무역분쟁 우려의 영향으로 국내외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금투세 도입 리스크를 이미 선반영하고 있던 시장이 이를 되돌렸을 뿐”이라며 “금투세 폐지에 방점을 찍을 것이 아니라 ‘불확실성 해소’를 핵심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계 주요 증시가 ‘트럼프 랠리’로 달아오른 가운데 한국 증시만 홀로 하락을 이어가고 있다. 침체기를 겪는 국내 증시를 쓰라린 마음으로 바라봐야 하는 투자자들에게 금투세 폐지는 단비와도 같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투세 시행을 앞두고 개인투자자들은 중장기 관점의 국내주식 투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며 “금투세 폐지 결론으로 장기투자 관점의 개인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주식시장 수급이 개선될 수 있다”고 내다봤고,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금투세 우려로 연중 내내 코스닥 거래대금이 위축돼 왔다. 금투세 폐지와 함께 연말연초 코스닥 시장의 반등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투세 폐지가 대내외적으로 한국 증시를 주목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점은 분명하다. 물론 금투세 폐지가 끝이 아니다. 이제 국내 투자자들부터 붙잡아 둘 수 있는 본질적인 증시 환경 개선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테마주와 세력주가 아니라 20~30년씩 장기 투자할 수 있는 투자 환경 조성이 필수적이다. 장기 투자자를 위한 세제 혜택, 좀비기업 퇴출,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등 소액주주 보호장치가 하루빨리 마련될 필요가 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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