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025년 미국은 피봇 경제로 진입, 우리의 대응은?

정민 법무법인(유) 지평 경영컨설팅센터 BI그룹장

트럼프노믹스 2.0 시대가 곧 열린다. 지난 5일에 치러진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승리하며 4년 만에 백악관에 재입성하게 됐다. 트럼프 당선인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접전을 벌일 것이라는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며, 트럼프는 예상보다 손쉬운 승리를 거뒀다. 7개 경합주를 모두 석권했을 뿐만 아니라 2004년 대선 이후 최초로 총득표수에서도 민주당을 앞섰다. 대선과 함께 치러진 상·하원 선거에서도 공화당이 모두 다수당 지위에 올랐다. 백악관과 의회를 모두 공화당이 장악하는 ‘레드 스위프’가 확정된 셈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을 크게 바꿀 수 있는 자신의 주요 공약들을 뜻대로 시행할 길이 열린 것이다. 

 

 내년 미국 경제는 피벗 경제(Pivot Economy)를 맞이한다. 피벗은 일반적으로 금리 인하와 통화정책의 변화를 의미하지만, 내년 트럼프노믹스의 귀환으로 미국 경제 및 산업 정책의 전환점이 되는 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올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금리 인하시대 개막을 공식 선언했다. 트럼프 2.0 시대는 미국 경제뿐 아니라 세계 경제와 국제질서의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앞으로 미국 경제는 어떻게 될까. 올해 미국 경제는 완강한 인플레이션과 높은 이자율에도 불구하고 건재함을 드러냈다. 현재 인플레이션은 2021년 이전보다는 높은 수준이지만 지난해 초와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과거 미국 경제 사례를 보면 인플레이션이 낮아질 때 경제 성장률도 동반 하락했다. 그러나 최근 인플레이션이 하락한 만큼 경제 성장률이 하락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유지해왔다. 

 

 내년 미국 경기는 연착륙(Soft-Landing)을 기본 시나리오로 전망한다. 성장세는 둔화하겠지만 어느 정도의 회복력은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가 우세하다. 가계는 노동 시장 상황과 소득 성장이 더욱 완화됨에 따라 더 신중하게 지출할 것이고, 여전히 높은 자금 조달 비용으로 인해 기업은 신중하게 고용하고 투자할 것이다. 따라서 민간 부문의 경제 활동 둔화와 제한된 통화정책 등으로 성장 동력은 올해보다 상대적으로 둔화할 것이다. 

 

 다만, 노동 시장의 급격한 냉각, 급진적인 트럼프노믹스의 추진 등에 따라 ‘갑작스러운 침체(Surprise Recession)’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전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09년부터 현재까지 약 경기 수축기는 두 달에 불과하다. 호황기가 너무 길었던 탓에 경기침체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하다. 지난 9월 미국발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가 단적인 사례다. 이러한 불안 심리는 급격한 내수 위축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 

 

 한편 트럼프 2.0 시대의 경제 정책은 감세와 규제 완화 정책은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겠지만, 고관세, 강경한 이민정책으로 인한 하방 위험이 긍정적 효과를 넘어설 공산이 크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정책조합은 인플레이션 상승, 성장 둔화, 재정건전성 약화 등 미국 경제의 부정적 충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여기에 경제 심리 위축이 더해지면 파급영향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피벗 경제 시대에 진입하는 미국 경제는 예상 밖의 성장 경로로 이탈 가능성이 큰 만큼 이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특히, 트럼프노믹스 2.0의 핵심전략인 수입 관세 인상은 세계 평균 관세율 인상으로 글로벌 교역이 위축되고, 이에 따라 한국 수출 및 경제 성장률 감소로 이어지는 파급 경로가 예상된다. 세계 경제의 충격과 혼란에 대비하기 위해 안정적인 한국 경제의 성장 전략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기업들은 기존에 미국에서 추진하고 있던 산업 정책의 큰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대미 투자 축소, 투자 회수 지연, 대중 사업환경 악화, 경기침체 등의 다양한 시나리오별 컨틴전시 플랜을 수립해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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